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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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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2-08-22 14:31

본문

반생

=김중일

 

 

    내가 평생을 다 살아도 절반이다. 그는 죽기 직전 생일케이크 위의 촛불처럼 훅, 나를 불어 껐다. 암전, 그 순간 나의 반생(半生)이 시작됐다. 그는 나의 반생을 살기 시작했다.

    내 반생을 살러 가는 죽은 그의 이마는 전생부터 흙 속에 박혀 있던 돌처럼 차가웠다. 죽은 그의 손등은 바다의 끝에 가라앉아 있던 돌처럼 차가웠다. 내 차가운 꿈은 돌처럼 내 잠 속에 박혀 있다. 흐물거리는 내 몸은 그의 유언이다. 돌멩이 같은 내 마음은 그의 유품이다.

    그가 죽던 날, 꽃들이 흰 치마처럼 하늘로 활짝 펼쳐졌다. 나무에서 자던 새들이 하늘로 뚝뚝 떨어졌다. 하늘로 끌어당겨지는 반중력 속의 꽃과 새와 그는 나의 반생을 대신 살기 시작했다.

    길 위로, 그와 나 사이로 형광펜처럼 그어진 햇빛도 달빛도 닿지 않는 세계의 모서리 그 모든 그늘은 높은 댐처럼, 일렁이는 햇빛을 가둔다. 그 모든 어둠은 금세, 시간처럼 새는 달빛을 가둔다. 햇빛 속으로, 달빛 속으로 뛰어든다.

    봄밤에 눈송이가 내 한쪽 눈썹에 내려앉는다. 한쪽 눈썹이 우르르 내려앉는다. 반생은 반드시 반쪽이 무너지는 순간 시작된다. 가장 깊숙이 무너지며, 반대편에서 생생히 일어서는 반생.

    그가 죽는 순간 시간이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두 개의 낮과 두 개의 밤, 어제의 어제와 오늘의 오늘, 그가 나의 반생을 살고 있다. 그는 내가 미리 남긴 유언이다.

 

    얼띤感想文

    그렇다. 반생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중물로 그 한 바가지 퍼 올릴 수 있는 반생, 만약 퍼 올리지 못하고 가버린다면 온전한 삶이라 보기에 어려울 듯하다. 이 세상 누가 마음을 온전히 비우고 갈까, 뒤돌아서면 미련이 없는 이곳 유언은 아니지만 유언처럼 남긴 내 몸은 그의 유언으로 말이다. 그를 바라보는 것 또한 내가 미리 남긴 유언으로 나의 반생이다. 이것처럼 온전한 삶도 없을 것이다.

    순간, 반생에서 반려가 생각나 퍼뜩 처 본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 집에는 반려동물이 참 많아요 말티즈, 푸들, 치와와, 요키, 비숑, 포메, 이들뿐이겠어요 러시안 블루, 뱅갈, 페르시안, 아메리칸 숏헤어, , 스코티시폴드, 먼치킨도 있어요. 귀여워요 한결같이 제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 이들은 내 삶을 장악합니다 어떤 애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애들도 있어요 그러면 호텔에 잠시 기거하게 놓아둡니다 벙어리처럼 말은 없지만, 그들의 슬픈 눈을 가끔 들여다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짓는 방식은 그들의 관례며 습성이며 온전한 세계를 이루었다는 겁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 어린 마음이 바닥에 미치지 못해 다만, 감금처럼 유배한 마음일 겁니다 유배한 지 3년쯤 지났을까요, 그때 끄집어내어 본 푸들은 푸들이 아니었고 말티즈는 말티즈가 아니었어요 제게는 아리따운 별이었고 포근한 입담으로 늘 옆에서 속삭여 주었어요 네 그래요 그것뿐일까요 그들이 낳은 이종과 변종은 머리가 지긋 거릴 정도지만, 새로운 종들이 나올 때면 클릭, 클릭, 클릭 하고 말아요, 이들의 습성과 짓는 울음을 본떠 공유하기까지 했는데 하루는 이웃에서 저에게 노크를 해요 어머!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잘 짖어요 무슨 변종이에요? 저도 몰라요 새로운 종이 나오면 그들을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반려동물로 버리지는 말아 주세요 등만 보는 장식은 있어도 말이에요 또 모르잖아요 세상 깜깜할 때 혹여 위안이 되어 줄 그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저기 저, , 저 보세요 또 나와요 참! 세상 지겹지 않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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