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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쇼) -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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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5회 작성일 22-08-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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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쇼) / 이장희


바다의 살점을 떼어 갖다놓았다
접시처럼 생긴 작은 파란 호수
호숫가 주위를 가득 메운 엉덩이들
호수엔 파도는 나타나지 않고
작은 호수 속에  아직 물고기는 없다
동그란 무대 위에 하얀 장화 신은 여 조련사
호루라기로 마법을 걸더니 관중의 눈동자를 모으고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돌고래 두 마리가
조련사 앞에 무대 위로 미끄러지며 올라온다
관중석에선 환호의 갈채를 만들고
호수 속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호수 속은 잔잔함이 잠시 침묵을 지키며
공중으로 돌고래 두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바다의 날치처럼 솟아오른다
꼬리지느러미로 물 위를 걸어 다니고
조련사가 큰 동그라미를 들고 있으면
동그라미로 과녁을 관통하는 화살이 된다
관중석에서 박수소리로 파도를 만들고
휘파람을 풍선 터트리듯 펑펑 터트린다
관중석에 한 돌고래가 큰 풍선을 꼬리로 던지면
손과 손들은 돌고래가 주는 익살을 받으려 하고
조련사의 호루라기 마법이 풀리자
돌고래들은 물 위에서 다시 점프로 인사를 한다.



시마을 同人
2019 계간 '시와 산문' 에서 주최한 2019 문학상에 우수작 당선으로 등단
現 시마을 '창작의 향기' 게시판 운영자



<감상, 그리고 한 생각>

시가 시인의 체험에서 비롯된 관조觀照,
또는 감각의 의도적인 조화라는데
동의 한다면...

一見, 위의 시는 돌고래의 쇼를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그러나, "바다의 살점을 떼어 갖다놓았다" 라는 첫 行의
울림이 졸곧 따라 다녀 <잃어버린 自然>을 읽는다는
아픔이 자리하는 건 나만의 지나친 비약적 讀法일까.

(하여, 시에 있어서는 단 한 줄[絃]의 울림이
그 나머지의 모든 걸 말해줄 수도 있으니)

하긴, 우리네 삶이라 하여
조련사 호루라기의 획일된 指示에 따라 움직이는
저 돌고래들의 서글픈 Show와 다를 바 무엇인가.

온갖 사회적 규범과 지시의 호루라기 소리에 의해 떠밀리며 혹은,
서로를 그악스레 떠밀며 <現實生活>이라는 수조水槽 안에
갇혀 사는 우리...

우리들은 매일 똑 같은 점프로 도대체
누구에게 인사를 하는 것일까.

아니, 박수소리가 있기나 한 걸까.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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