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멍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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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멍
=이혜미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따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들을 공들여 겪으니 홀로 돋은 흑점의 시간이 길구나. 환한 것에도 상처 입는다. 빛날수록 깊숙이 찔릴 수 있다. 작은 반짝임에도 멍들어 무수한 윤곽과 반점을 얻을 때, 무심코 들이닥친 휘황한 자리였다. 눈을 감아도 푸르게 떠오르는 잔영 속이었다.
얼띤感想文
노자 도덕경에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는 말이 언뜻 떠오른다. 총애와 치욕은 놀라움과 같다는 말 더 나가 노자는 몸이 있으므로 이러한 것을 느끼는 것인데 이를 하찮은 것으로 여겨야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칭찬도 욕도 신경 쓸 바가 못 된다. 누가 뭐라 하든 내 갈 길 내주어진 것이므로 스스로 찾아가는 그 길이 나를 위함이겠다.
시제 ‘빛멍’은 시인께서 만든 시어다. 타인과의 단절된 삶을 어둠이라고 하면 사회에 연연하여 나를 드러내며 사는 것을 빛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에서 오는 인식 부재는 오해와 치욕을 낳게 할 수도 있다. 그 속에 떠오르는 잔영은 시인께는 힘든 일일 수도 있으나 노자의 말처럼 무심코 넘겨 버려야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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