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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깍호수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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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22-09-28 12:58

본문

벙깍호수

=최정례

 

 

    오늘 작가회의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 시인 최정례 부음 목동병원 영안실 203호 발인 30. 평소에도 늘 받아보던 문자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었고 내 이름이었다. 실수임을 인정하는 정정 문자가 다시 오겠지 기다리며 그냥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웃긴다고 말했더니 남편의 말이 그것은 시인의 죽음이지, 당신은 시인이 아니잖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딸애에게 내가 죽으면 제일 걱정되는 것은 자개장롱과 돌침대라고 했다. 딸애는 걱정 말라고 했다. 자기가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거짓말이다. 방 안 전체를 차지하는 이 무거운 구닥다리를 그 애가 쓸 리가 없다. 남 주거나 팔아버리지 말라고 했다. 딸애는 자기를 못 믿는다고 벌컥 화를 냈다. 작가회의에 전화해서 항의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고, 절친한 사람도 없는데 누구에게 내가 살아 있다고 주장할 것인가. 어쨌든 나는 살아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살아 있다. 난 정말 살아 있다. 그런데 궁금했다. 집 앞 문간에 의자를 내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람들, 동남아시아 어디쯤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았다. 나도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그러고 있다. 왜 벙깍 호수라는 이름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 호수는 매립되어 사라졌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그 호수에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운전수가 한 대답이었다. 벙깍호수에도 못 갔고 플리즈 원 달러를 호소하는 애들에게 일 달도 안 준 나다. 한 번 주면 오십 명은 달라붙는다고 해서 못 줬다.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나는 살아 있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살아 있다고 말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친구들은 바쁘고 헛소리는 들어주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앉아서 지금은 사라졌다는 벙깍호수만 그려보고 있다.

 

   얼띤感想文

    시가 그렇게 어렵게 읽히지는 않는다. 벙깍호수는 캄보디아 어디쯤 있는 호수인가 보다. 아마, 동남아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이거나 벙깍호수라는 말에 언뜻 지은 시 한 수 아닐까, 벙깍은 마치 뻥-깐다는 식의 소리 은유로 말이다.

    시의 내용으로 보면 살아 있는 시인이 동명이인 본인의 부고장을 받으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살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살아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듯 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령, 작가회의로부터 문자를 늘 받는다 그러나 작가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는 그쪽 세계의 시인이다. 시인이 제일 아끼는 자개장롱과 돌침대를 얘기했지만, 딸애가 그걸 쓰겠다고 한다. 딸애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절친한 친구도 가령 부고장 날린다고 해서 찾아올까 그렇다. 요즘 같은 세상 부의금 송금하며 말 것임에 사는데 급급 바쁘기만 하다. 사실 또 살아 있어도 할 일 없는 시인이다. 마치 집 앞 문간에 내놓은 의자에 온종일 앉아 있기만 하다. 이 부분 읽는데 언뜻 어머님이 지나간다. 촌에 기거하시는 어머님 집 앞은 버스정류장이자 종점이다. 정류장에 나와 종일 앉아 계시는 어머니가 눈에 선하다. 가끔 친절한 버스 기사를 만나면 그 버스 타고 구미 시내 한 바퀴 돌다가 오는 행운의 날도 있다 하시니, 나 많은 사람의 고독을 읽을 수 있다.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닌 고독과 외로움의 싸움이 훗날 펼쳐짐을 예견해 보는 우리의 삶이다.

    시인은 왜 벙깍 호수라는 이름이 지어졌는지 알아보고 싶지만 이제는 매립되어 사라졌다고 하는 택시 기사의 말, 사라졌다는 말에 아예 가는 것도 포기하며 사는 인생 그러다 플리즈 원 달러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선심도 풀 줄 모른다. 일 달러조차 아깝기만 하고 몰려드는 아이들만 성가시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닌, 문 간에 내놓은 의자처럼 종일 오르는 해만 기다렸다가 떨어지는 해만 보고 가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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