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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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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6회 작성일 22-10-06 21:54

본문

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김선우

 

 

    도끼도 톱도 필요 없다. 나무를 살해하는 간단한 방법은 봄여름에 나뭇잎을 모두 따버리는 것. 나뭇잎들의 노동이 멈추면 나무는 죽는다. 대대손손 뿌리만 파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뿌리 숭배자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한 계절만 겪어보면 알 게 된다. 햇빛과 바람 속에 온몸으로 나부끼는 나뭇잎들의 역동, 한잎 한잎 저마다 분투해 만들어낸 양분을 기꺼이 모아준 나뭇잎들이 나무를 살린다는 것. 나뭇잎들의 코뮌이 즐거운 노동으로 생기 넘칠 때 나무가 건강해진다는 것. 안녕, 안녕, 인사하는 나뭇잎들의 독자적인 팔랑거림, 한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할 때조차 저마다 다른 자세와 기술, 햇빛과 물만으로 양분을 만들어내는 천지창조의 노동자들, 함께 사는 동안 자신이 만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때가 오면 미련 없이 가지를 떠나는 여유와 자유. 뿌리 깊은 나무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나뭇잎은 없다. 가계(家系)의 문장(紋章)에 집착 없는 나뭇잎들이야 말로 한그루의 세계를 유지하는 진짜 힘이라는 것.

 

   얼띤感想文

    나뭇잎으로 한 존재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시, 독자적이며 자유분방하며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시, 그러니까 뿌리 숭배자가 아닌 각자가 처한 곳에서 각자의 풍경을 그릴 줄 아는 시인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한 시인을 숭배하는 여느 문단처럼 여기서 시인은 절규한다. 도끼라도 톱이라도 있으면 당장이라도 배어버리고 싶은 심정임을 나무를 살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단정하기까지 한다. 봄여름 나뭇잎을 모두 따버리는 것 그것은 나뭇잎들의 노동을 멈추게 하며 곧 그 나무의 뿌리에 영양분은 전달되지 않으므로 죽게 하는 일, 글의 세계만 그럴까 현실 곳곳 특히 종교는 더욱더 그렇다. 종교의 좋은 점은 살리되 숭배자는 멀어야 자아가 산다. 개성의 천국 아래 남과 다른 무엇이, 그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집중 살려 특화할 수 있는 나만의 기술력이야말로 나의 생존에 피임을 알아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나뭇잎은 없다. 가계의 문장에 집착한 나뭇잎은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다. 그건 죽은 나뭇잎이나 다름없거니와 세계를 망치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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