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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혼의 날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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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22-10-23 22:10

본문

모든 영혼의 날

=박상수

 

 

    미끄러지면, 내 얼굴이 날 떠나는 걸 알았어요 떨어질 미사보를 줍듯 난 보이지 않는 세계의 덧문을 열었지요 땅이 흔들리고 빙하의 신음이 들려왔어요 황금 해파리가 사방을 향해 흩어져 올라갔지요 관목들은 내 표정을 미워했어요 난 알았어요 남은 날들을 맛보며 미래를 묻지 말 것, 손금을 읽던 집시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수정 구슬을 깨뜨렸지요 레바논의 시냇물이 흘렀어요 가면들은 물러나고 여우점을 치는 사제들의 탄성이 들려왔지요 그 투명한 원시 온천의 앵무조개를 껴안고 싶었어요 오로지 영혼이고만 싶었어요 밀주가 흘러 뒤집힌 땅과 하늘을 적셔갔어요 약초원의 수많은 화초가 암송하는 성스러운 날들, 이 세계를 느리게 돌리며 내가 가진 모든 믿음들을 잃어갔어요.

 

   얼띤感想文

    시측 화자(詩 主體)는 죽음의 바닥에 처한다. 시 객체가 이 바닥을 읽고 있다면 마치 미끄러지듯이 무슨 증기 같은 증상으로 산산이 피어나는 하나의 영혼처럼 묘사한다. 그것을 내 얼굴이 날 떠나는 걸 알았다는 뜻으로 풀어놓았다. 미사보는 가톨릭 여성 신자가 머리에 쓰는 보자기로 미사보尾絲步처럼 들린다. 꼬리에 붙은 실처럼 걷는 마음 말이다. 죽은 이의 처지로 보면 당길 필요도 없는 문이겠지만, 구태여 여는 이 있으니 덧문이라는 시어를 사용한다. 마치 땅이 흔들리고 빙하의 신음이 들려온다는 건 시를 인식한다는 묘사며 더 나가 황금 해파리가 사방을 향해 흩어져 올라갔다는 표현도 참 재밌다. +파리다. 이를 읽는다고 해서 시측 화자는 뭐 알겠냐마는 어차피 쓴다면 미래를 묻지 말 것, 손금을 읽던 집시 여자는 여기서 손금은 지문이다. 또 다른 동음이의어를 생각한다. 집시集詩 여자如字 역시 같은 문자다. 수정 구슬은 맑음과 투명의 구체로 시를 상징하며 레바논 레버리지의 그 레바+, 논다거나 놀다의 어떤 그 논의 개념, 시냇물은 흐르고 웃음이 나온다. 가면들은 물러나고 여우점을 치는 사제들의 탄성이 들려왔지요. 여우라는 말, 여우如雨 비와 같다. 즉 오른쪽 세계관을 상징하며 그 탄성을 맛본 시측 화자, 투명한 원시 온천의 앵무조개 껴안고 싶다. 나도 좀 안고 싶다. 허심탄회한 마음의 교류와 거기서 피어나는 마음은 다잡을 순 없겠지만 말이다. 밀주는 허가 없이 술을 담그는 것으로 여기서 술은 기술이다. 약초원은 약초를 심고 가꾸는 밭으로 시 객체를 은유한 문구며 즉 푸름을 상징한다. 여기와 비교하면 바닥을 굳이 색깔로 표현하자면 블랙이거나 화이트겠다. 이 세계를 느리게 돌리며 내가 가진 모든 믿음은 잃어간다. 바닥에서 보시하듯 좌정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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