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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전언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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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22-11-04 21:43

본문

전언

=김 현

 

 

    순부씨 그곳은 비바람이 잦아들었나요 이기셨나요 이곳은 아침부터 작은 눈발이 날려 늙은 사람들의 사자성어가 되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모두 흰머리가 되어서 한집에 모여 앉아 윷을 던지고 게를 삶아먹었습니다 이도 없이 고소했겠지요 일소일로(一笑一老) 늙은이들에게 배울 만한 건 배워서 저도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구호도 잊고 전화카드 한 장도 가물가물합니다 언제라도 지치고 힘들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순부씨도 그때는 영 감상적이었지요 양말도 챙겨 신지 않고 등목할 때 제가 볍씨를 몇 개나 떼어냈는지 몰라요 누가 범민족 아니랄까봐 우리가 동지였던가요 같이 잤지요 한 이불 속에서 노래하다가 망측하게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조국의 폭주 기관차에서 내렸잖아요 바다를 보려고 해변을 걸어 끝까지 갔는데 갔지요 두 발을 땅에 딛고 게를 푹푹 삶아서 배부르게 먹고 도개걸윷모 말을 다 뺄 때까지 꿈은 이어졌습니다 바다도 못 보고 저는 더는 못하겠어요 당신은 저와 갈 길이 다른 사람 에구머니, 꿈을 쨍그랑 깨뜨렸지요 동지의 앞날을 누가 알았을까요 약팽소선(若烹小鮮) 작은 생선을 말려 보냅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순수한 거랍니다 순부 형 이제는 앞니가 빠지더니 정이 깊어지더랍니다

 

   얼띤感想文

    일상에서 오는 어떤 현실감을 시적화 글쓰기로 보인다. 사자성어는 사자성어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죽은 글자가 말을 잇듯이 일소일로는 일소일소 일로일로에서 착안한 것으로 역시 시를 생각한 조합이며 약팽소선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마치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하라는 노자 도덕경에서 인용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떼며 말을 전하라는 어떤 교훈적인 뉘앙스까지 심었다.

    순부씨는 아무래도 동네 형인가 보다. 한때는 비바람이 잦아들고 눈발만 날리듯 힐끗 본 세월이었겠지만, 이제는 한 집에 모여 앉아 윷을 던지며 게를 삶아 먹을 정도로 일소일로에 가까운 늙음의 세월에 함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니까 화자도 많이 늙었다. 양말도 챙겨 신지 않고 등목 할 때 볍씨를 몇 개나 뗀 적도 있는 동지처럼 같이 자고도 했고 한 이불을 덮기도 했다. 폭주 기관차처럼 바다를 보려고 해변을 걷기도 했지만 게처럼 거닐었던 언어의 해안선만 맴돌다 돌아오곤 했을, 그런 꿈같은 나날들

    이제는 작은 생선을 삶듯 글자를 잘 다루어야 한다는 순부 형 순부 형을 볼 때마다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이제는 세월도 정이 간다.

    시에서 사용한 시어, 그러니까 보다 시적인 글자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비바람, 눈발, 사자성어, 흰머리, , 양말, 등목, 볍씨, 범민족, 바다, 이불, 조국, 폭주, 기관차, 발과 꿈, 앞니 같은 단어는 시에서는 상징적인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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