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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소금 =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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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4회 작성일 22-11-18 19:21

본문

레몬과 소금

=박승열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어요.” 그 남자가 말한다. 내 이름은 일라노이비치, 내가 지었다. 그 남자는 말한다. “일라노이비치는 1993년에 죽었어요, 지금은 2019년이고, 일라노이비치의 환생으로 살고 싶어요?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일라노이비치는 1993년에 죽지 않았다. 그는 2019년에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일라노이비치가 이십 년도 더 넘게 살고 있는 것은 그가 평소에 레몬과 소금을 즐겨 먹은 덕분이다. 레몬과 소금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라고 내가 말하자 그 남자가 코웃음을 친다. “일라노이비치 행세를 하고 싶다면 그 젖살부터 빼는 게 어때요? 아홉 살도 아니고 아흔 살이나 먹은 사람한테 아직도 젖살이 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나는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고 되묻는다. 당신 눈엔 내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아흔셋 된 일라노이비치고 그건 내가 지은 이름이며 역시나 젊음의 비결은 레몬과 소금이더라 이런 시를 썼다고 아내에게 얘기해주며 이제부터 나는 일라노이비치로 살기로 했다고, 나를 그렇게 불러주시오 했더니 아내가 돌연 레몬으로 내 뒤통수를 깬다 나는 피가 질질 흐르는 뒤통수를 부여잡고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나는 일라노이비치요 내 이름은 일라노이비치요........

 

   얼띤感想文

    이 시를 읽으니 테스 형이 떠오른다. 본인도 사실 헷갈린다. 시적 화자와 화자와의 갈등이다. 시적 화자는 1993년에 죽었다. 그것도 일라노이비치로 그러나 2019년 지금은 화자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의 일라노이비치라고 명명한 그것은 분명 다시 살아 움직인다. 그때 일은 생생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일라노이비치로 일라노이비치의 행색으로 레몬과 소금을 즐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몬과 소금이라는 시어를 썼다는 데 있다. 레몬은 전에도 한 번 쓴 적 있지만, 성능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재화나 서비스를 주로 비유한다. 소금은 어떤 노력을 대변하면서 그 색상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일라노이비치는 죽었지만 일라노이비치로 살아가는 화자가 있다면 그건 죽은 것도 아니겠다. 사실, 이 시를 들여다보는 모든 이는 일라노이비치일지도 모르겠다. 일라노이비치라는 이국적인 단어에 어떤 고유명사이거나 인명처럼 들릴지도 모르나 아무런 뜻도 없는, 거저 시적 향유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무슨 일어나거라 이놈, 여긴 해안가다. 그러는 것처럼 읽힌다. 그래 마! 그렇게 읽자 일라노이비치여, 역시 젊음의 비결은 레몬과 소금이다. 아내(我內)에게 뒤통수 맞는 한이 있더라도 뭐 쓰고 보자는 것, 좀 덜 떨어진 일기도 괜찮으며 흰 것이면 낙서라도 좋다. 여긴 바다 가장자리 모래사장 일라노이비치여 저 깊은 바다에 가 있든 여기 철썩거리는 파도를 대하든 바닷물은 짜다. 그러니까 어느 것이든 노력이며 자기애다. 흰 포말 가득 안으며 또 보며 육지 저 험악한 산세를 뚫고 한 번 바다, 아니 철썩거리는 저 물내 가득 보는 것도 속 확 트인다. 내일 또 주말이다. 포항 어디라도 좋겠다. 해안 어디쯤 창가에 앉아 회 한 접시 놓고 소주 한 잔이나 했으면 좋겠다. 일라노이비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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