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눈사람이 아닌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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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눈사람이 아닌
=이장욱
나는 이 겨울을 조금만 하려고 한다. 그것이 움직이는 만큼만, 아직 눈사람이 아닌 세계에서 아침에는 당근으로 긴 코를 만들어두었다. 내일은 미리 앞니를 뽑고 겨울이 오면 백설기 같은 내장을 머리는 끝내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심장은 연탄으로 돼 있지만 용서하지 않는다. 다리는 영영 만들어지지 않은 것 나는 빨간 장갑을 배에 붙이지도 않았고 빨간 모자를 쓴 적도 없고 빨간 피는 잘 감추어두었다. 눈사람이 아니어서 마침내 녹지 않는 세계에서. 머리는 꿈속에 있고 몸통은 굴러가기로 한다. 밤새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이 겨울이기 때문에 발자국들이 어지러운 밤이기 때문에 지금은 소리 없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얼띤感想文
눈사람은 눈사람이 되기 위해 눈사람을 본다. 어처구니가 없는 문장이다. 그렇지만, 맞는 말이다. 겨울은 언 세계를 대변한다. 굳었다. 굳은 사물이 조금 일었으면 조금 일은 거다. 그것은 마음이겠다. 당연한 일로 닿듯이 당근이다. 긴 코로 마주했으니까, 물론 내일은 앞니를 뽑겠다. 색채에서 오는 느낌과 이에서 부딪는 소리를 보면 내장은 백설기처럼 닿는다. 심장은 연탄처럼 다 타겠지만 용서하고 안 하고는 독자다. 한 세계에서 피안의 세계로 넘겼다면 그때야 용서가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굴욕이다. 빨강은 검정과는 상대적인 색채다. 산 것들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것은 아직 눈사람이 아니며 마음이 녹지 않은 것을 달리 쓴 것에 불과하다. 머리는 꿈속에 있고 몸통은 자꾸 흔들린다. 겨울은 내 눈앞에 있고 봄날은 아직도 한창이다. 어지러운 발자국만 촘촘하게 나열한다. 누가 보면 쟤는 넘 웃겨, 띨띨해 그럴까 봐 오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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