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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의 피안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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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6회 작성일 22-12-15 23:13

본문

미안의 피안

=이이체

 

 

    나무가 선 채로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나무가 죽어가고 있음을 이해하려 한다 삶 자체가 죽음을 이해하려는 시도일 터 벌레들은 듬성듬성 드러난 뿌리에서 흙냄새 나는 고요를 더듬으며, 세계를 풍화시키는 눈부신 적막을 읽는다 죽어가는 나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는 나무의 죽음을 믿는 것뿐임을 안다 나뭇가지의 어느 허리춤에서 거미 한 마리가 죄를 한 올씩 엮어 집을 짓고 있다 살아서도 흔들리는 우리의 온몸, 섭생(攝生)의 거처는 바깥이다 나이테가 삶의 흔적이라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삶의 이전까지 역주행한 의지라고 할 때 나무는 권태로운 후생으로 다시 태어나 갈증 속에 은둔하는 씨가 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눈동자들만 남몰래 밀회하던 세계여서 슬프다

 

   얼띤感想文

    헤겔의 변증법적 유물론의 관점,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윤회, 시의 세계다. 영원한 삶도 없고 그렇다면 영원한 죽음도 없는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눈동자들만 남몰래 밀회하는 것처럼 그런 세계다.

    나는 오늘 먹구름을 보고 저기 저 한 올 내리는 눈을 보았듯이 잠시 본 것도 사랑이다.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더라면 그러나 그건 남몰래 내가 갖는 밀회였을 뿐 누가 알아주는 사회가 아니듯이 구태여 알아달라고 하지 않는 그 태연함 속에서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그때 그 순간의 속성을 다 하는 것이 진정 사랑이 아닐까! 자연의 이치에 대한 진정한 사랑 말이다. 그러므로 미안할 것도 없고 미안처럼 있을 필요도 없다. 사실,

    죽어 어떤 원소가 되고 어떤 형질의 바탕이 될지언정 그때 바라보는 세계관은 좀 더 짧거나 혹은 좀 더 길거나 좀 더 어둡거나 좀 더 밝은 좀 더 습기가 차거나 좀 더 마르거나 좀 더 깊거나 좀 더 높거나 좀 더 춥거나 좀 더 더운 게 아니면 뜨겁거나 냉기에 찬 것에 둘러싸였더라도 그 순간에 갖는 좋은 여행일 것이다. 미안의 피안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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