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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이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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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2회 작성일 23-03-05 20:59

본문

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이원하

 

 

    메밀이 물기를 털 때 메밀은 시끄럽게 떠들어요 이곳은 메밀꽃밭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메밀꽃밭이에요 메밀꽃을 사람으로 바꿀 순 없지만 구름으로 바꿀 순 있어요 바꾸고 나면 마음이 아파지죠 여러 명의 구름 안에는 내가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구름 위는 걷기 좋아요 걷다보면 그를 만나는 과정이 생기며 여태 이렇게 살아왔어요 걷다보면 도로도 나오고 고라니도 나오고 문제도 발생하지요 매일 밤 열두시에 발생하지요 오늘은 부디 메밀꽃을 그 사람으로 바꿔주세요, 라고 말하게 되는 문제요

 

    메밀꽃을 손에 넣는 일은

    며칠 뒤에 반드시 후회를 불러옵니다

    꽃이란 평범한 것이니까요

    그 사람은 사 년 째 시들지 않았습니다

    섬에 없을 뿐이지 사 년째 모래알 같습니다

 

    새벽을 지나가겠다고 한 적 없는데

    시간이 새벽을 지나갑니다

    눈물이 구부러져서 나도 허리를 구부립니다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볼 수 있는 게

    꽃과 해와 달입니다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

 

    사랑하고 싶은 잘못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나는 못됐습니다

 

    물기는 물방울이 되어 구를 수 있습니다

    그걸 눈물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이별은 풀밭처럼 생겼습니다

    꽃이 바닥난 것처럼 말입니다

 

   얼띤感想文

    우선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 혹여 남성인가 싶었다. 이름이 남성적이라 그랬을까, 인터넷 조회하다가 여성 시인임을 알게 되었다. 시를 읽을 때마다 대개 부드러웠다. 목소리는 감미롭고 시어에서 풍겨오는 어떤 이미지는 부드럽기까지 하다. 경어체의 시 쓰기는 만해 선생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칠십여 평에 가까운 조용한 독방 천정은 8m에 이르고 내 앉은 자리는 난로 두 대만이 나를 보필한다. 일과 중 가장 편한 시간은 이렇게 잠시나마 앉아 무언가 생각하며 쓰고 있을 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공포에 가까운 독방이다.

    이 시에서 마음에 닿는 한 구절, “메밀꽃을 사람으로 바꿀 순 없지만 구름으로 바꿀 순 있어요 바꾸고 나면 마음이 아파지죠 여러 명의 구름 안에는 내가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요시는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는 마음의 교류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이 중 한 명도 없다. 20여 년을 함께 한 아내가 알 것인가, 50여 년을 함께 한 어머니가 알 것인가, 거저 마음 맞춰가며 사는 것이다.

    시인께서 쓰신 시어를 보면, 메밀과 메밀꽃과 메밀꽃밭은, 구름, 도로와 고라니, 열두 시, 사 년, , 새벽, 눈물, , , , , 물기, 물방울, 이별, 풀밭을 들 수 있다. 메밀이 있으면 뿌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다. 잡귀를 막기 위한 어떤 조치로 민속적 행위다. 그렇다고 이 시를 읽으며 누굴 생각하며 메밀을 뿌릴 생각은 말자. 메밀이 세 모라도 한 모는 쓴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영 끊고 지내지는 말자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메밀은 이렇든 저렇든 한때 정을 나눈 상징적 시어가 되어 버린다. 직설적인 어감에 가까운 도로가 있는가 하면 동물적 근성을 표현한 고라니가 출현하고 열 두시라는 시간적 관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도 압권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적 요소를 가미한 것은 역시 마음의 합치다. 짧은 바늘 위에 긴 바늘은 덮고 마는, 그러니까 어떤 욕망을 억제케 하는 어감으로 닿는다.

    어떤 이는 메밀밭과 메밀꽃을 보고 싶은 이도 있다. 이것을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교류라 하자. 한때 지나가는 메밀밭이며 메밀꽃이다. 정말 나다운 것은 무엇인가? 완전한 독립은 무엇이며 끝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다만, 내 고독은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가 문제다. 역시 시는 완벽한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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