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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와 함께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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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23-03-23 21:58

본문

혼자와 함께

=이민하

 

 

    자고 있는데 혼자가 왔다. 혼자는 내가 아는 가장 씩씩한 고양이. 혼자는 내가 아는 가장 쓸쓸한 고양이. 어제는 친구를 산에다 묻고 묘비를 쓰고 왔다고 했다. 고양이 말도 사람 말도 아니고 혼자는 혼잣말을 한다. 이런 건 어떨까. 이건 내 목소리인지 혼자의 목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자주 다니는 길목에 횡단보도를 만드는 거야. 오오! 신호등을 세우지 않아도 바닥을 흰색으로 그리면 사람들 눈에는 띌 테니까. 차창을 가볍게 내리고 음악도 천천히 바꾸면서 거기서는 잠깐씩 멈춰 줄 테니까. 말끝이 사라지자 혼자가 없다. 그러니까 혼자는 내가 아는 가장 혼자인 고양이. 이게 꿈이었는지 현실인 건지 모르겠지만. 혼자는 혼자 길을 나섰다. 흰색 페인트 통과 저보다 큰 붓을 들고. 그리고 혼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까지 갔을까. 혼자는 내가 아는 가장 흔한 고양이. 혼자는 내가 아는 가장 옛날 고양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물을 말리려고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흰색 선들을 두껍게 칠하고 있었다. 나는 잠깐 멈추었다. 알 수 없는 음악이 흘렀다. 혼자도 나를 보았는지 화들짝 페인트 통을 엎지른 것 같았다. 내게로 흰색이 쏟아졌다.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혼자라서 날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가장 높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내가 아는 가장 밝은 고양이가 사라진 날.

    *문장웹진20233월호

 

   얼띤感想文

    무섭다 아니 무서웠다 나는 혼자라는 것도 잘 알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속에 든 깜깜한 무지렁이에게 말한다 무지렁이는 바보다 늘 하얗게 웃는다

    야! 정신 똑바로 차려 아무것도 아니야 한다 하지만 나는 무섭다 혼자인 것은 분명한데 나는 나를 어떻게 적어야 옳은 것인지 모른다

    야! 무지렁이야 너는 어찌 그렇게 하얀 웃음을 잃지 않느냐! 이 바보야! 까마귀만 보니까 그렇지, 자 봐봐 난이가 있잖아! 나는 무지렁이가 말한 진열장 앞 난이를 본다 언제였던가! 물 한 번 주지 못하고 바짝 마른 난이가 있었다 난이의 이파리 닦는다 물을 준다 물을 주면서도 나는 눈물이 난다

    야! 무지렁이야! 난이가 왜 이렇게 되었니 응, 말을 해! 왜 말을 안 해! 왜 이렇게 되었니! , 무지렁이는 도망갈 곳도 없는 곳으로 도망간다

    나는 울었다 잡을 수 없는 무지렁이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무지렁이를 잡아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으므로 나는 그의 마음을 또 잘 알기 때문에 목이 멨다

    무섭다 아니 무서웠다 나는 혼자魂字라서 아무것도 없는 혼이라서 아무것도 아닌 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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