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서 =문보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횡단보도 앞에서 =문보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4회 작성일 23-03-25 20:43

본문

횡단보도 앞에서

=문보영

 


    애인과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나 방금 영감이 떠올랐어.” 나는 옆에 있는 안경점을 보며 말했다. “뭔데?” 애인이 물었다. “세상의 모든 가방이 트렁크인 거야. 다른 형태는 없어. 지난번에 여기 같이 서 있을 때, 저 안경원에 들어가던 사람 있잖아. 안경점 밖에 캐리어를 덩그러니 두고 들어갔던 거 기억나? 갑자기 그게 떠올랐어.” “그 트렁크가 우리 것도 아닌데 괜히 우리가 불안했잖아.” 애인은 웃으며 화답했다. “방금 머릿속에서 쓴 시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트렁크를 들고 다녀. 출퇴근길에도 트렁크를 들고 다니고, 등산을 갈 때도, 수영장에 갈 때도,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도 트렁크를 들고 다녀. 그 세계에는 주머니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짐을 들더라도 트렁크가 필요해.” “…….” 신호등 불빛은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우리가 헤어지는 곳은 늘 이 앞이다. 나는 애인을 이곳까지 바래다주며, 그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손을 흔든다. 헤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관찰할 거리가 많았고, 그 덕에 나는 기괴한 시도 쓸 수 있었다. “, 결혼식 갈 때랑 장례식장 갈 때도 트렁크를 들고 가야 돼. 검은색이어야 하고. 그건 기본이지.” 신호등 불빛이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을 왜 만드는 거야?” 애인이 물었다. “뭐긴 뭐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지.” 나는 말하며 신호등을 가리켰다. 애인은 다음 데이트도 기대된다고 말하며 미소 짓고는 꼬리 달린 동물처럼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오늘도 애인을 보내주었다.

    *문장 웹진202210월호

 

   얼띤感想文

    트렁크가 트렁크를 보며 트렁크 앞에 서 있다.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서, 영감靈感은 신의 계시나 느낌 혹은 예감 같은 것이었다. 창조적인 일의 그 서막을 알리는 행위, 주술적인 것도 영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선사시대는 이를 관장하는 제사장이 있었다. 그를 단군이라고도 했던 시대가 있었다. 해가 떠오르며 그 해가 나무에 걸쳐 빛나 보일 때가 가장 신적인 예시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기로 알았다. 흰 자작나무, 그리고 둥실둥실 떠오른 해, 天孫降臨, 그래서 우리는 까치둥지를 허술하게 보지 않았다. 까치집은 해의 둥지처럼 여겨 무언가 올 것 같은 느낌, 창조적인 일의 그 서막을 알리는 행위로 말이다. 세상은 해가 떠 있어도 늘 깜깜했고 그 깜깜함 속에 늘 불안했다. 하나는 동쪽 하나는 서쪽에 머물면서 그 서쪽은 늘 안주하며 쇠퇴의 기운이 있었다면 동쪽은 새 왕조의 융기 즉, 반역이나 적을 예감하듯 어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점을 보았다. 껍질이 흰 자작나무 아래서,

    트렁크는 애인이었다. 애인처럼 늘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 그러나 트렁크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다만, 붉은 신호등 앞에서 함께 마주 보며 서 있을 뿐이다. 아무런 말이 없는 트렁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저 트렁크를 바라보며 다만, 신호등이 빨리 바뀌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겠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계가 아니라 마음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전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소통의 단절, 트렁크는 왼손 또 다른 트렁크는 하나의 강을 끼고 오른손만 내밀고 있을 뿐이다. 애인 즉 트렁크는 하루의 해처럼 떠올라 식당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카페에 갈 때도 따라다니며 보아달라고 조른다. 신호등 불빛은 여전히 빨간불, 일과를 마치고 드디어 밝게 마주한 트렁크, 트렁크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흰 자작나무의 손짓은 동물처럼 밝게 웃고 있었다. 순간 신호등은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애인의 마음을 알았으므로 애인은 이미 바뀐 신호등을 바라보며 건너가는 애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다음 애인은 어떤 트렁크일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6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