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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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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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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0회 작성일 23-04-15 20:45

본문

골목

=이기성

 

 

    노파는 완두콩과 쪽파를 고요히 펼쳐놓았다. 쭈글거리는 손가락으로 식물을 더듬어 내게 권한다. 친절한 얼굴이 가득한 골목 노파의 식물들은 이상한 기침을 터뜨린다. 아이들처럼 휘파람 불며 담장을 기어오른다. 잿빛 시멘트 담장 너머로 마구 자란다. 검은 식물과 하얀 식물이 똑같이. 식물들의 눈과 코가 활짝 커진다. 식물들의 하얀 발가락이 몰려온다. 식물들의 소란한 혀가 펄럭인다. 노파는 자꾸 내게 쪽파를 완두콩을 권한다. 친절한 얼굴이 파도처럼 자라는 골목, 식물들의 시체가 고요히 썩어가기 시작할 때, 쪽파와 완두콩을 떨리는 두 손에 가득

 

   얼띤感想文

    이 시를 읽으면 노변에 펼쳐놓은 시골 갓 올라오신 할머니,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이 떠오른다. 시제 골목은 두부의 풍경이다. 시와 관계없는 내용이지만, 두부豆腐는 음식에 즐겨 쓰는 식자재다. 두부의 유래는 썩은 콩이 아니라 뇌수처럼 연하고 물렁하다는 데에서 왔다.(곳간에 넣어둔 콩이 썩는 데서 착안하여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감자가 안데스산맥이라면 콩의 원산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와 만주지방 일대다. 음식문화의 발달은 중국이 앞섰다. 못 먹는 식자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뇌수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떠오르지만, 하여튼 두부의 유래는 頭部에서 왔다는 데 석연치가 않다.

    식물과 식물들에 주안점을 둔다. 식물이 시 객체면 식물들은 시 주체 격이다. 그러니까 노파가 펼쳐둔 완두콩과 쪽파는 식물들이며 식물을 지배한다. 처음에 펼쳐둔 노파의 식물들 즉 완두콩과 쪽파는 걷는 시인에 눈에 들어오고 차츰 인식하게 된다. 이상한 기침과 아이들처럼 휘파람 불며 담장을 기어오르는 행위는 시의 인식해 나가는 과정이다. 검은 식물과 하얀 식물이 똑같이,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그것은 횡단보도橫斷步道의 행간처럼 어쩌면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정렬하고 맞춤형 구두가 되는 길의 그 걸음의 과정일 수도 있다. 거기서 피어나는 완두콩과 쪽파는 두부 안 잿빛 시멘트 담장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그 과정에 시라는 물질은 어떤 한 테두리를 크게 못 벗는다는 점 알고 보면 쪽파며 가지며 지구다. 두 손이 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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