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해동하다 =류인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기억을 해동하다 =류인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3-04-30 18:40

본문

기억을 해동하다

=류인서

 

 

    네 첫 나비는 가을형 노랑나비, 한번은

    감정형용사들의 무덤 같은 초겨울 수목원에서 그와 스쳤다

    그는 남은 꽃들에게 쉼 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지루한 관계중독자쯤으로 보였다

 

    오늘은

    교차로 정지선 위를 날고 있는 그,

    팔이 없고 손이 없는 이 허공은

    어디에 호주머니를 두어서 그를 길러왔나

    그는 이곳 원주민 같기도 하고 이방인 같기도 하다

    꽁꽁 얼려두었다가 방금 꺼내 해동한 불꽃이거나,

 

    봉인이 약한 틈을 비집고 나온 낯선 고백이거나,

    그가 내미는 질문지는 가볍고 조용한 단문이네

 

    기실 그는 어떤 허공에도 갇혀있지 않았을 것이다

 

    부드럽게 배역을 옮겨 사는 배우처럼

    그는 바람 방향을 묻지 않고 흐른다

    아직 음악이 안 끝났다고 말해주는 그의 몸짓만

    공기 중에 떨림으로 남는다

 

   계간 동리목월2020년 겨울호

 

   얼띤感想文

    시제 기억을 해동하다에서 기억은 마치 생물이었던 것이 무생물처럼 되었다가 다시 풀어놓는 느낌이 든다. 해동解凍은 얼었던 것이 실온에 맞게 풀어지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지난날을 잊지 않고 머릿속에 외워두었거나 저장된 사람의 생각 같은 것으로 순우리말로 고치자면 넋이나 혼이겠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이라는 말이 있다.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뜻한다. 구천지하九泉地下라고 했다. 사람이 죽으면 넋은 땅속 깊이 돌아간다고 여겼다. 이것은 백이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날아가는 혼도 있다. 그리고 땅속이나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허공에 떠도는 것을 귀라 했다. 은 하늘이 기()며 백은 땅의 기().

    감정 형용사는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진저리난다거나 하는 좀 더 나열하면 즐겁거나 실망한 쪽으로 속상하거나 답답함, 더 나가 짜증이 난다는 그 무엇들이다. 이러한 감정 형용사는 그냥 불쑥 튀어 오르지는 않는다. 시 인식이 되지 않는 무덤을 바라볼 때 내비치는 살아 있는 쪽의 반응들이다. 무덤 같은 초겨울 수목원에서 그를 처음 만난 것이다. 여기서 그는 의인화다. 시적 생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어떤 호주머니 속 메모 같은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죽음 앞에서 나는 타자하며 속삭이는 그가 되며 꽃들은 수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손짓하며 부른다. 이를 관계 중독자쯤으로 여긴다면 과한 것인가!

    교차交叉에서 차는 깍지를 낀 모양의 상형문자다. 오른손과 왼손 손가락마다 사이사이 낀 모양으로 수목원을 바라보고 원주민이 아닌 이방인으로 긴 산책을 한다. 고백이라 할 때 고백은 고백告白으로 쓴다. 사실대로 숨김이 없다고 생각한 바를 그대로 털어놓는 것, 흰 백이 말할 백으로 쓰이는 혼백이라 할 때 백또한 말할 백에 귀신 귀로 이룬 글자다.

    기억을 해동하는 일, 땅으로 꺼졌거나 하늘로 치솟았거나 혹은 공중에 떠돈 것이라도 다시 모으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떠올린다는 그 일, 그것은 부각浮刻일 것이며 각주구검刻舟求劍처럼 흐르는 강물 위 세월만 낚는 일은 아닐까!

    징비록懲毖錄이라는 책이 있다. 서애 유성룡 선생께서 쓰신 임진왜란에 대한 처참한 광경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기록이다. 후대에는 이러한 처참한 상황에 이르지 말도록 가슴에 부디 응징하며 새기며 삼가도록 쓰신 글이었다. 그러나 300년 뒤, 국권은 찬탈되었고 민족은 수난을 겪으며 풍비박산風飛雹散되었다.

    어느 전쟁 전문가의 말이다. 전쟁은 역사에 기인한다. 아주 먼먼 부여에서 일어난 민족의 길, 한반도에서 떠난 백제인의 혼백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만주와 바이칼호수에 이른다. 이 나라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6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