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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계절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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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9회 작성일 23-05-14 21:04

본문

죽음에 이르는 계절

=조연호

 

 

    팔뚝 위를 눌러 희미하게 돋는 실핏줄에 입 맞춘다. 감사한다. 펄펄 뛰는 피톨들도 가져보지 못하고 이제 입춘. 산책길의 태양은 헐렁한 양말처럼 자꾸 발뒤꿈치로 벗어져 내리고 붉은 잇몸을 보이며 어린 연인이 웃는다. 그날은 군대 가서 죽은 사촌형이 내 뺨을 쳤고 물 빠진 셔츠 얼룩을 닮은 구름이 빨랫줄 위를 평화롭게 걸어갔다. 마지막 인과라 생각하며 문 열어두었던 붉은 봄날. 감사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3, 5~6세기 낙동강 유역과 한강 유역 근처에 개미 떼가 커다란 구멍을 슬어놓은 봄날. 골목의 버려진 상자마다 바람의 손가락들이 채워진다. 화장실에 앉은 여자들이 노란 열매를 먹고 노란 빛으로, 푸른 알약을 먹고 푸른빛으로 변하는 리트머스 종이였던 봄날. 연인의 목 안에서 바람이 방부제처럼 녹아갔다. 감사한다. 인간이라는 짐짝. 짐짝이 점점 무거워질 때 바람의 거짓말이 푸석푸석 아름다워져 간다. 사람들의 발목에서 넓고 가벼운 날개를 꺼내던 마술의 입춘. 감사한다. 맑은 정오에 구릉을 지나던 객차와 화차 사이에 어린아이가 끼어 죽은 날.

 

   얼띤感想文

    예술은 순수와 창의 더 나가 다의적 해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어쩌면 시인은 이를 강조한 것이겠다. 시를 보면, 팔뚝 위를 눌러 희미하게 돋는 실핏줄에 입 맞춘다. 마치 애인이 잠시 누워 있기라도 하듯이 무언의 독자를 바라보며 쓴다. 실핏줄은 생명선이자 너와 나의 심적 교류인 것이다. 여기에 감사한다. 펄펄 뛰는 피톨은 혈액의 고체 성분으로 시의 견고성과 고체성을 대변한 은유적 표현이다. 거저 입춘처럼 마아악 보고 있다. 산책길 하면 작을 미가 떠오르고 여기서 더 나간다면 장미薔薇에서 미가 확장된다. 모두 산책길 같은 미세함의 분석적 글 읽기는 헐렁한 양말을 배제하는 것이다. 양말은 표면表面과 내포內包. 붉은 잇몸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생식적生殖的 시 객체를 은유하며 잇몸이라는 구조와 색채에 한 번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어린 연인과 이 시의 맨 뒤에 나오는 어린아이는 그 성질이 같다. 군대 가서 죽은 사촌 형이 내 뺨을 쳤고 물 빠진 셔츠 얼룩을 닮은 구름이 빨랫줄 위를 평화롭게 걸어간 것은 예술의 표면과 내포, 내포와 표면 그 어느 것도 순수성이 없다는 말이겠다. 시적 세계관은 다소 비슷한 어류에 바다라는 어장을 이루니까. 시인이 비유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표준이자 기준이다. 사실, 시와는 관계없는 얘기지만 얼마 전 전라도 천년 사편찬에 식민사관에 의한 기술로 말이 많았다. 우리의 역사관은 단재 선생으로 잇는 뿌리여야 했지만, 해방 이후 조선사편수회의 일원이었던 이병도, 신석호로 이은 게 지금까지 문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를 비롯한 학계 전반을 장악하여 우리 민족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으니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시로 돌아와 낙동강과 한강은 큰 맥을 이루는 시의 조류를 비유하며 개미 떼는 역시 시 객체를 제유한다. 화장실은 배설의 장소다. 배설은 배설排泄이지만 배설排舌로 구태여 표기한다. 노란 열매에서 노란빛, 푸른 알약에서 푸른빛은 주관이 뚜렷지 않은 행위를 묘사하며 방부제처럼 표기한 바람에 개탄하는 시인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짐짝과 발목, 이 시어를 보면 한 시어지만 낱개로 떼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정오와 대립각을 세운 객차와 화차는 원고지 빈칸에 채운 짐 역시 무겁다. 어린아이는 시의 세계만 있는 것도 아니겠다. 어떤 새로운 분야에 들어선다는 것은 참 위험천만한 일이다. 말하자면 어느 세계든 갓 태어난 가젤은 사자를 모른다. 한 번 뛰어보지도 못하고 까칠한 혀에 매매 닦아 먹는 한 끼 식사에 차마 눈 뜨고 보기엔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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