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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털 목도리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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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1회 작성일 23-05-22 21:55

본문

여우털 목도리

=송찬호

 

 

분명 여자가 남자를 떠민 것 같았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선로로,

삽시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터져 나오는 울음 사이로 여자는

남자가 발을 허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하기사 나는 사랑이나 탐욕 따위를

운명 앞에서 한 번도 떠밀어본 적 없으니,

여자는 불꽃 같은 여우털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얼굴은 희고 손톱은 길었다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죄 많은 여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뜨거운 불을 목에 두르고 있을 뿐이다

 

   崇烏感想文

    시제 여우 털, 목도리는 시를 상징한다. 여자가 밑이라면 남자는 그 여자를 바라보는 위()겠다. 열차가 칸칸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한다면 사람은 시 객체를 상징한다. 여자는 불꽃 같은 여우 털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여우 털에서 여우, 그냥 써본다. 여우旅寓 객거客居 타향에서 거주한다. 여우如愚 어리석은 마음, 여우如雨 많은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기는 하나, 우는 역시 오른쪽 세계관이다. 좌가 죽음을 상징한다면 우는 현실이다. 얼굴은 희고 면면은 희고 손톱이 길다. 손톱은 마음의 분산을 상징한다. 여우 털로 만든 목도리, 이 목도리 하나가 여우 털처럼 온갖 것 끄집어낼 수 있는 불꽃, 불씨 하나 건질 수 있다면 나 또한 저 남자처럼 긴 열차 안으로 무심코 떨어지겠다. 분명 저 여자는 죄 많은 여자가 아니다. 죽음을 자초한 남자의 사랑이었으며 탐욕이었으며 운명을 내맡긴 처사에 불과함으로 목도리 하나가 오늘 밤 이리 따뜻하게 닿는다.

    호사수구狐死首丘라는 말이 있다.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마음의 고향, 하루를 어떻게 보냈든 마음은 잠들기 전에 잠시 이 언덕에 올라 가다듬고 씻어본다. 혹여 샘처럼 쏟는 마음이 있었다면 동호지필董狐之筆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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