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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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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서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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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9회 작성일 23-06-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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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서

=서효인

 

 

    1996년에 완공된 빌라는 한창 공사 중이던 은평뉴타운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에 붙어 있었는데 한쪽에서 보면 1층이요 한쪽에서 보면 지하였는데 그 경사면에 중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고는 했는데 그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는데 사람들은 휘발유 같은 화를 다스리며 찬찬히 내리막길을 걸어 연신내역에 닿았는데 중학생들은 꽁초를 함부로 버렸는데 새벽에 길을 나서면 전봇대나 가로수에 쓰레기봉투들이 기대어 서 있었는데 거기에서 새어 나온 액체도 사람들 못지않게 조심조심 비탈길을 흘러가는데 그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다시 돌아왔고 나도 그랬고 날이 풀리고 수많은 버스가 앞차의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 길을 가로막았는데 앳된 얼굴의 경찰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나는 또다시 조심스럽게 울며 무엇이 슬픈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더욱 슬픈 상태가 되어 광화문 아스팔트를 쿵쿵 밟아보는데 금남로에서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울음소리 잦아들 즈음 비아동, 아니 불광동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연서시장에 들러 간이 덜 된 반찬을 사고 검정 비닐봉지 왼손에 든 채 오르막에 접어들면 생선 대가리 같은 골목에 검정 고무줄로 박스와 종이를 묶는 노인 글을 모르던 비아동의 노인들인가 하면 그들은 버려진 신문지를 읽는 것이었는데 비에 젖어 글자가 다 지워진 종이가 대통령이던 사람의 죽음과 이제 막 대통령이 된 사람의 미소를 번갈아 내보낼 때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얼띤感想文

    참 재밌게 읽은 시다. 시제가 빌라에서, 여기서 빌은 서울의 음성적 소통의 기호가 아니라 방언의 일종이다. 별이 참 아름답다를 야야 빌이 와 저리 곱노, 할 때 그 빌, 라는 라로 펼쳐 보인 것이다. 물론 시는 다소 시인의 젊을 때 유경험을 그 밑바탕으로 깔고 있다. 서울살이의 시작이 빌라다. 중심에서 서 있는 시는 빌()이며 라에 이르기까지 완벽에 가까운 삶을 어쩌면 자랑삼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해서 물론 감상하다 보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데 역시 일기라 해도 어느 정도 역사적으로 남겨놓는 맛이 담뿍 들어 있다 하겠다. 가령 은평뉴타운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에 붙어 있었는데, 여기서 글 첫머리 완공된 빌라는 한창 공사 중, 그러니까 뭔가 불완전한 것에 대한 묘사와 은평뉴타운은 그에 비하면 완벽이다. 그러니까 별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은 뭔가 기대며 보는 상황적 묘사다. 시적 객체다. 한쪽에서 보면 1, 한쪽에서 보면 지하다. 그해 겨울에 눈이 많이 왔고 눈은 얼음의 결정체, 순결과 순수를 대변하며 어떤 반복적인 행위를 묘사한다. 꽁초를 함부로 버렸다. 피우다가 만 담배다. 쓰다가 만 시초처럼, 시를 생각하면 담배 또한 좋은 시어임은 틀림없다. 과 배로 담배 말이다. 전봇대처럼 꿋꿋하게 선 아침이야말로 따로 없을 것 같고, 쓰레기봉투 같은 시 객체를 묘사했다면 거기서 새어 나온 액체는 어설픈 조각彫刻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이렇게 해서 죽 감상하면 시어로 쓴 시어 하나하나가 시적이지 아니한 것이 없으며 그 극을 생각하며 읽어 나가는 일은 골목에 버려둔 어느 이의 생선 대가리까지 언뜻 보게 된다. 반찬은 밥에 비하면 역시 보조적이며 검정 비닐봉지처럼 구체 혹은 지구 여기도 별이니까 대변했다면 왼손에 들고 가는 것이 맞다. 왼 좌는 좌며 좌의 세계관이다. 오늘도 검정 고무줄로 탄탄 엮으며 하루를 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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