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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의 감각 -검은 양이 있다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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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5회 작성일 23-06-26 21:55

본문

나선의 감각

-검은 양이 있다

=이제니

 

 

    검은 양이 하얀 양을 부른다. 하얀 양이 검은 양을 부른다. 아이들은 붉은 풍선 속에 누워 있다. 검은 천이 푸른 하늘에서 내려온다. 내 마음에는 검은 양이 하나 있다. 검은 양이 하나. 검은 양이 하나 있다. 검은 양이 검은 개를 부른다. 검은 개가 하얀 말을 부른다. 아이들은 노란 수수를 쥐고 있다. 금붕어는 초록 수초를 먹고 있다. 그날의 얼굴은 붉지도 검지도 않았다. 물속의 공기 방울에게 거짓 맹세를 했다. 더 이상 어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늦게 왔다. 금붕어는 죽고 없었다. 아름다운 날들이구나. 나무를 떠난 자두만큼 아름답구나. 은색의 종이가 펄럭인다. 연필을 함부로 낭비했다. 지우개는 조금 아꼈다. 검은 깃발이 하얀 노래를 부른다. 하얀 노래가 검은 새를 부른다. 정오의 꽃이 시들고 있었다. 비행기는 왼편으로 날고 있었다. 회전하는 것들은 날개가 없었다. 잃어버린 것들이 휘돌고 있었다. 꼬리는 붉고 검고 짧았다. 울적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얼굴이 하나. 얼굴이 하나 있었다.

 

   얼띤感想文

    나선螺線은 평면 상 소용돌이 모양의 곡선을 말한다. 나사螺絲처럼 빌빌 꼬며 돌아가는 모양도 나선이라 할 수 있겠다. 나선에서 나는 소라의 개념이다. 달팽이 와, 소용돌이 와처럼 돌아가는 모양은 얼추 비슷하다. 달팽이 와를 보면 벌레 훼와 입 비뚤어질 와.의 합친 글자다. 입 비뚤어질 와,로 이룬 글자는 지날 과, 재화 화가 주로 많이 쓴다. 그건 그렇고,

    나선처럼 마음의 한 자락이 여러 상징물로 변화 혹은 전이라고 하면 좋을까! 움직임의 그 속도를 느낄 수가 있다. 검은 양이 하얀 양을 부르고 하얀 양은 검은 양을 부른다. 생각의 꼬리다. 검은 양은 검은 개를 부르고 검은 개가 하얀 말을 부른다. 그런 와중渦中에 아이는 풍선 속에서 배양되며 노란 수수로 익어간다. 마음을 하나의 어항이라면 그 속에는 유독 눈에 띄는 금붕어만 마음의 수초를 뜯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정리하지도 않았는데 금붕어는 이내 죽고 만다. 굳이 표현하자니 표현할 수 없는 지우개처럼 정오는 하얀 노랫말로 지나 가버렸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것들로 나선의 감각이었고 한때는 살아 숨 쉰 어떤 감정 아니 감성이 있었다면 그건 검은 양으로 울적한 얼굴 하나로 잠시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 감정의 꼬리는 다만 붉고 검고 짧았다.

    쓴다는 것은 마음의 치유다. 무엇을 쓰든 아니면 그리든가 한동안 악수처럼 시간을 묶고 나면 머리 한구석이 시원하다. 시인만 시 쓰는 게 아니다. 쉬운 문자 사치스럽다 할 정도로 낭비해도 좋은 우리의 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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