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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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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누란 가는 길 / 조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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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3-11-15 19:14

본문

누란 가는 길 /조유리

 

이 길을 감고 푸는 동안

내 몸에는 실오라기 한 올 남지 않았네

바늘귀에 바람의 갈기를 꿰어

길게 박음질한 신작로를 따라 걸어가는 저녁

몸 바깥으로 향한 솔기부터

올을 풀기 시작하네

바람이 모래구릉을 만들어 낙타풀을 키우는 땅

결리고 아픈 생의 안감을 뒤집어보면

천년 전 행성이 반짝 켜졌다 사라지곤 하네

계절풍은 고름을 풀어 우기를 불러오고

초승달을 쪼개 먹다 목에 걸려 운 밤

캄캄한 잠실蠶室에 엎드려

산통을 열어 한 사내를 풀어 주었네

수천 겹 올이 몸에서 풀려나갈 때

살아온 시간 다 바쳤어도

바람을 동여매지 못하리란 걸 알았네

내 몸속엔 이 지상에 없는

성채가 지어졌다 허물어지고

폐허가 된 태실胎室

목숨을 걸고 돌아갈 지평선 한 필지 숨겨두었네

 

 

얼기설기 엮기

 

차갑게 박음질한 마음 구석구석을 거두어서 왔네. 먼 길을 돌아 도저히 감아 둘 수 없는 실타래처럼 낯선 나를 아주 낯 설게 풀어 놓으며... 아직도 품고 있는 사내의 체취, 그리움이 내 목을 깊이깊이 누르는 날, 이 지독한 산통이 열릴까?

그리하여 몸부림치는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 버릴까... . .

바람도 동여매지 못한 5월을 난 구석구석 버리지 못한 사내의 체취를 숨겨 놓고

자꾸 길 바깥을 걸어 인간이 살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 산통을 풀려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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