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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강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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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3회 작성일 23-12-07 13:11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3/12/08)

 

장고/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텔레비전 켜놓고 주무시는 냉장고

들판 건너온 바람이 너른 집을 웅웅 돌린다

지난번 사다 드린 고등어가 악취를 풍긴다

코드 빼면 죽어요할머니

도청에서 나온 복지사가 락스로 속을 닦는다 

저물녘이면 문밖으로 귀 기울이는 냉장고

손자들이, 명절 때 모셔간 노인을 다시 보관한다

한번 닫아놓고 몇 달 동안 열어보지 않는다 

온도를 낮춰도 얼지 않는 마음 하나

바깥은 눈이 쌓여도 가슴엔 히터가 돈다

달빛이 드나들며

썩었나썩지 않았나 확인한다

 

* 2023.12.08.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냉장고와 할머니를 비유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시인의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삶을 관조하는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별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아니다. 명절 때 모셔간 노인을 다시 보관하는 냉장고와 바깥은 꽁꽁 얼어도 가슴엔 히터가 도는 냉장고와 텔레비전 켜놓고 주무시는 냉장고. 저장할 것도 딱히 없지만 막상 없으면 살기 힘든 문명의 이기, 냉장고.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저물녘 문밖으로 귀 기울이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유통기한 지난 것들은 버리고 손수 담근 김치 한 통이라도 갖다 두어야 한다. 아직은 할머니 가슴에 히터가 돌아가고 있으니, 그 히터가 내 상처를 보듬고 있으니, 우리가 따뜻하게 사는 것이다. (/ 김부회 시인, 평론가)

 

 

(강성남 프로필)

200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2018년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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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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