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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꿍꿍이 =이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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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24-06-29 20:07

본문

어떤 꿍꿍이

=이서하

 

 

울보는 이목구비가 없는 식물만 키웠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초저녁이 되자 울보는 냇가와

숲길에 갔다, 식물을 데리고 갔다

처음으로 울보는 울지 않고 말했다

여기는 있잖아, 내가 ........

흐르는 물소리의 개입으로

그의 말이 그치자, 식물은

여기서 다음을 기다려야 했다

화분을 조금씩 깨면서

늙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식물은 울보의 깡마른 발목을 잡고

자랐다 무려 십여 년 동안이나

귀가 없어도 들리는 것이 있었다

 

 

   얼띤感想文

    꿍꿍이라면 남에게 드러내 보이지 아니하고 속으로만 어떤 일을 꾸며 우물쭈물하는 짓, 내가 심은 식물을 볼 때 물소리와 같은 흐름이라면 치통처럼 저울질할 필요는 없겠다. 울보가 이목구비 없는 식물만 키우는 일, 노상 방뇨의 둘레 그 어디쯤에서 호치키스로 꾹꾹 눌러 놓는 동물의 발자국 떼 같은 것 이후 그것이 다시 또 발아할 때 한 손 고등어구이와 흰 쌀밥에 얹어 먹는 일, 그것은 초저녁이 조금 더 죽음에 가깝고 얼룩진 옷섶을 씻어내리기에도 가장 적합한 시간이겠다. 배춧잎 같은 식물을 고대하지만 삶은 깻잎 한 장에 양념을 얹고 앉은 도마만으로도 족한 하루, 그 하루의 거리를 빨래집게와 같이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평화를 이룰 수도 있겠다. 화분이 좁은 세계관이라면 발목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은 냇가와 숲길이 더 바라는 바이다. 연못에 우는 개구리가 연잎에 앉아 비비 새를 보고 있으면 옻칠보다는 담비가 좀 더 낫지 않을까! 오늘도 비가 내리고 그러면 우후죽순으로 흐르는 파도라도 거기서 앉아 보드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아직도 불판 같은 하루를 보내는 일 십여 년 동안이나 귀가 없어도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과를 깎는 일만큼이나 충만한 것도 없겠다.

 

 

    PIN 051 마음 연장 이서하 시집 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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