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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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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24-07-07 14:32

본문

어스름

=박일환

 

 

    등 굽은 할머니가 힘겹게 걸어가신다

 

    이 저녁이 할머니 걸음만큼 천천히 지나가면 좋겠다

 

 

   얼띤感想文

    빛 따위가 침침하고 흐릿한 상태를 어스름이라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순간 빛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죽음을 맛본다는 뜻이 아닐까! 어쩌면 어스름인 상태가 그나마 살아 있을 때는 가장 삶을 관조하며 돌아볼 적기인 거처럼 보인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매시간, 안 성실한 적도 없었지만, 성실하지 못한 것도 꽤 많다. 인간이기에 양면 모두 걸을 순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저녁이다. 시를 찾는 나이, 등 굽은 할머니처럼 이미 누운 할머니를 본다. 야야 저기 저 양몽(약목)띠기 아니가 어여 차 세워봐라!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려다 드린다. 아이구 봐라 양몽띠기 맞지.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노, 동네 죽은 사람 또 있더나. 하이구 마 얼굴 마이 좋아졌데이.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또 간다. 이 몽땅 다 빠지고 영락없는 할머니가 자꾸 보인다. 어떤 일이든 좀 더 잘하려고 하다가 그만 놓친 일이 어데 한두 일일까!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을 향한 꿈을 위해 포기는 말아야지. 누운 할머니가 등 굽은 할머니를 다독거린다.

 

    청색지시선 4 박일환 시집 귀를 접다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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