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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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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4-07-10 07:14

본문

그리운 아버지

=김상미

 

 

    아버지와 나는 직장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하지만 출근할 땐 따로따로 갔다. 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나는 버스를 탔다. 묘하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가장 대신 멋진 댄디가 되어 나를 모른 체했다. 그래도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어쩌다 길에서 우연히 아버지와 마주쳐도 나는 고개만 까딱할 뿐 누구에게도 우리 아버지야, 말하지 않았다. 비갠 어느 날, 점심값을 아껴 김수영 시집을 사려고 우유 한 팩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는데 아버지의 단골 다방 언니들이 너, 김사장 딸이라며? 어쩐지 참하고 세련돼 보이더라. 우리가 미스 김 칭찬을 많이 했더니, 그애, 내 딸이야, 하시데. 들어와! 우리가 커피 한 잔 맛나게 타줄게. 그뒤부터 아버지는 가끔씩 나를 택시에 태워주기도 하고, 길에서 마주치면 알은체도 했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고 예뻐하니까, 아버지도 내가 달리 보였는지 어느 날은 빳빳한 지폐들이 가득찬 지갑을 열어 용돈이라며 푸른 지폐를 무려 석 장이나 주었다. 와우! 나는 처음 받아보는 큰 용돈에 보수동 중고 서점으로 달려가 카뮈도 사고, 보들레르도 사고, 최승자, 이성복도 사고, 프랑시스 잠도 사고, 로드 스튜어트와 아바, 조용필도 샀다. 그러곤 밤 깊도록 동생들과 함께 그 음악을 들으며 아버지가 사준 거야, 아버지가 사준 거야, 우리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번이나 일어나 박수를 쳤다. 아늑하고 달달한 잠이 우리를 덮칠 때까지.



   문학동네시인선 183 김상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038p



   얼띤感想文

    나는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해본다. 사람은 언제 가장 멋있을까? 그건 말이다. 내 본연의 위치를 지키며 최선을 다할 때가 가장 멋있지 않을까! 그건 누가 인식해서도 아니고 누가 말을 건네며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거저 혼자, 단독, 단신이라는 것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한한 긍지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말년에 비친 외롭고 쓸쓸하고 나약한 아버지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삶에 전투적이었으며 그 어떤 일이든 진취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을지로가 아니라 갑인자였으며 비록 지방에 사셨지만, 서울이 우리는 고향이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 윗대의 조상을 얘기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로서 택시며 거기다가 단골인 데다가 다방까지 지녔던가! 울울창창 푸른 잎처럼 빳빳한 지폐는 없을지언정 섣달그믐 석 장에 달빛 가르는 장단은 또 있었던가! 아무것도 없다. 프랑시스 잠과 로드 슈튜어트가 아닌 변신에 대한 개념 없는 카프카만 줄곧 달다가 마트 같은 시집만 차려놓고 손뼉만 쳤다. 여름철 비는 내리고 번개까지 뻥뻥 때리는 자정, 죽순처럼 뻗는 한 줄기 기억을 되짚으며 대꽃을 보면 참 부끄럽기 그지없는 한 줄 마디 공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삶을 연명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이유는 직선의 햇살 한 가닥 그 빛줄기 타고 오르는 희망이겠다. 희망 속 밝은 내일이 있다면 기꺼이 흰옷을 입고 나무를 심겠다. 걷는 곳곳 그른 길마다 수만 번 생각을 뒤집더라도 지천명이 담배를 모르고 꽁초를 눌러 끄듯이 텅텅 빈 향로를 받치며 달곰한 잠이 나를 덮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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