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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한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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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24-07-18 22:56

본문

팔레스타인에서

=한여진

 

 

    팔레스타인에서는 올리브나무로 기름도 짜고 묵주도 만들고 반찬도 해먹는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에 가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이유는 딱히 없다 운이 좋으면 가장 오래된 올리브나무를 볼 수도 있겠지 그 나무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누구든 자신보다 오래 산 나무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한두 마디쯤 생길 수 있고 올리브비누로 손을 씻고 너를 만나러 갔는데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지는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요즘 같은 때에는 조심해야지 요즘 같은 때라니, 이 장면 속에서 나는 너를 지우고 우리가 마주앉아 있는 이곳 심야 식당을 지우고 가짜 벚꽃 인테리어 소품을 지우고 풋콩과 생맥주를 지우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지우고 말씀과 믿음을 지우고 탱크와 대포를 지우고 올리브나무만 기억할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올리브나무는 어쩌면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어 팔레스타인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찾아본다 비행기로 열두 시간 십오 분,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에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만나지 못할 나무는 아무렇게나 상상해본다 두꺼운 껍질과 줄기들 아무리 팔을 넓게 벌려도 품에 담기지 않는 나무둥치 빼곡한 이파리들과 작은 연노란색 꽃들 푸른 앞치마를 두른 알바생이 하품을 하며 가게 안 텔레비전을 껐다 그래도 자꾸만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고 우리는 말없이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문학동네시인선 201 한여진 시집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025p

 

 

   얼띤感想文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인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아랍과 유대의 대립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은 소리 은유다. 판다 팔래, 스타 별 인 이다. 물론 이는 독자의 마음으로 쓴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연상되는 문장이 하나 떠오른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나무는 시 객체를 상징한다. 시 주체보다 시 객체가 오래 산다는 건 분명한 일이다. 이 시를 읽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삶은 시 주체를 대변하고 있느니, 이 시를 쓴 시점은 언제인지는 작가만 알 일이지만, 이미 죽음을 맛보았고 관까지 짜 맞춰 안장하기까지 했으니까! 시를 읽으면 하루 걸음의 마음 정화도 있지만 괜스레 욕심도 나는 건 사실이다. 시 한 수 지어볼까 하는 생각, 그러나 여기까지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이 시를 읽으며 두 번째 느끼는 감정은 전쟁이다. 외부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우리는 그 언제나 보아왔다. 지금 중동의 전쟁도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다. 모든 전쟁은 그 근간이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歷史에 역을 보면 지낼 역이다. 벼 화가 둘 그칠 지로 이룬 문자, 내가 밥 먹은 그 시점을 기록한다. 남북으로 갈린 시점, 통일을 이룬다면 우리 민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대대로 중국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다. 저 광활한 만주 만주는 과연 누구의 땅이었던가 중국 25사 마지막 왕조 청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금나라 아골타와 청의 누루하치는 모두 김 씨였다. 신라 김함보의 후예였다. 非我의 투쟁으로 유명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스쳐 지나간다. 뤼순 감옥에 있을 때다. 청의 후예 만주(여진)인과 함께 감옥에 있었지만, 며칠 있으면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없었다고 했다. 대대로 중국은 우리 조선을 없인 여겨, 그 명칭을 제대로 발음조차 하지 못해 생긴 말, 조선을 숙신이라 하기도 했으며 말갈 읍루 만주 여진으로 불렀다. 요하문명 아래 고조선, 고구려 여러 국가를 세웠던 우리 열두 시간 십오 분 정말 싸워야 할 것은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품이 아닌 정오 더는 궁당리가 아니라 올리브 비누로 손을 씻고 핸들을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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