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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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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3회 작성일 24-07-24 17:18

본문

부르주아

=오 은

 

 

    우리는 성()이 없다. 우리는 단독이면서 여럿이다. 우리는 모피코트와 스포츠카로 사람들을 기죽인다. 우리에겐 아우라가 무기다. 총칼을 빼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펜은 수표에 서명할 때나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그저 파이프를 물고 얼음이 든 스카치나 마시면 된다. 그게 우리의 포즈다.

 

    우리에게 성()은 중요치 않다. 우리는 혈관을 열지 않아도 상대의 푸른 피*를 감지할 수 있다. 이래봬도 우리는 고상한 구석이 있다. 우리는 파티를 열고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다. 칵테일 새우를 허겁지겁 먹다가도 왈츠곡이 흘러나오면 기막힌 스텝을 선보일 수 있다. 그게 우리의 능력이다.

 

    우리는 여간해선 성을 내지 않는다. 우리는 하인을 시켜 소리소문 없이 일을 처리한다. 난롯가에 앉아 뼈다귀 던지듯 돈다발만 던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편에게만큼은 집요할 정도로 너그럽다. 이것이 우리가 세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우리는 많이 벌고 많이 쓰면 된다. 그게 우리의 규칙이다.

 

    우리는 속된 말로 성스럽다. 우리는 성과 속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따라 우리는 돈을 투자하고 기도를 한다. 우리는 언제든 치고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은밀한 매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그렇게 우리는 가닿지 못할 가능성으로, 가당치 않은 불가능성으로 남는다. 그게 바로 우리다.

 

    우리는 너무도 떳떳해서

    더 이상 성() 안에 살지 않는다.

 

    *‘푸른 피(blue blood)’란 단어는 귀족의 혈통이나 부유한 명문 집안의 사람들을 일컫는 데 사용된다.

    **루이스 부뉴월의 영화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에서 인용,

 

   문학동네시인선 038 오 은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052-053p



   얼띤感想文

    그럴만도 하겠다. 시적 세계관은 말이다. 바탕이 없다는 말, 우리는 성()이 없다. 그 세계야말로 부르주아라는 생각을 했다. 어찌 현세의 부르주아아 똑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빈약한 것인가? 모으고 보고 보고 또 모으고 하면서, 영혼을 불러오는 일, 얼마나 고프기에 지면은 장미꽃처럼 피어나는가? 분명 극이며 극적인 활동으로 펜을 드는 일, 그것으로 수표 한 장에 서서 석 기릴 수만 있다면 얼음이 든 스카치에다가 파이프까지 물고 거기다가 빨대로 내리꽂으면서 오래도록 잘근잘근 써 담아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시는 부르주아다.

    그러면 시인은 뭔가? 하수인 호호

    따끔거린다. 바늘로 뚫어 꽂은 수혈로 아니 헌혈인가, 뭐 이래 봬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간호 활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저 고결한 눈빛에 머리를 조아리며 구석에 들어앉은 어둠을 찾는 일 그래도 부드러울 거야, 안 부드럽겠지.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끈끈한 사랑으로 보고 있으니까 왈츠곡에 어쩌다 잃은 스텝에 다시 또 잊어버리기는 했지만, 뭐 수혈은 있었잖아.

    감정의 기복이 많아 부르주아가 되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롯가에 앉아 뼈다귀 던지며 돈다발만 새는 일, 그리고 세력을 확장하며 무조건 돈 쓰는 일에 몰두한다. 그렇다. 그들은 감정 기복이 없었다. 오로지 상대의 속만 바라보며 내심 핵을 찌른다. 그리고 무엇을 팔 건지 궁리하고 그것이 포착되었다면 일말의 틈을 주지 않는 그러니까 완벽, 아니 무결이겠다. 결함이 없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다. 휙휙 저으며 순간 한쪽 뇌를 긁고 지나간다.

    성스럽다는 말, 고귀하다는 말이겠다. 바탕과 바깥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있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기분, 그건 감질난다, 애가 타, 답답해 미치겠어, 마른 침만 삼키고 집에 있어야 할 은밀한 매력은 없고 푹 빠져든 빈 지갑 빈 병처럼 굴러다닐 뿐 엿 바꿔 먹는 고철덩이에 무관심이다. 그래서 돈을 못 버는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그래서 우린 너무나 치졸해서

    다만 말 등에 올라앉아 말없이 사라져간

    말 고삐만 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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