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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없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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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3회 작성일 24-07-31 22:39

본문

약속은 없다

=김경수

 

 

하늘에 구름이 문장을 새기고 있다.

비행기를 새기고 양을 새기고 수평선을 새긴다.

구름이 새긴 길고 큰 문장 속에서

다시 온다는 약속이 속절없는 약속을 구속한다.

다시 온다는 약속을 믿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움을 구속한다.

물고기를 가꾸기 위해 정원사가 왔고

나무들을 손질하기 위해 물고기 의사가 왔다.

마당에 있던 연못이 약속처럼 흔들린다.

하늘에 새겨진 문장들이 하나둘 연못으로 뛰어내린다.

어겨진 약속이 돌아올 것이라는 예감이 확신으로 변한다.

숲길이 양 떼처럼 바람을 몰아가고 있다.

숲길의 끝에서 피로한 바람이 누워 가쁜 숨을 쉰다.

약속은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그것은 인생에서 건축이며 생활이기 때문이다.

온도는 아름답습니까?

밤이 품고 있는 약속은 우아합니까?

약속을 내동댕이치며 약속과 헤어지지만

다시 약속을 택시에 태우고는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약속은 원래 없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질문이 있었다.

 

 

   시작시인선 0502 김경수 시집 이야기와 놀다 40p

 

 

   얼띤感想文

    약속의 연결고리를 잇다 보면 젊음이 있다. 망아지나 송아지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줄행랑처럼 마구 달려가는 피 끓는 내면에 성장통을 겪듯이 약속은 날개였고 저울이었다. 맞춰가는 재미, 그러다가 다시 온다는 오겠다는 약속은 없고 약속은 속절없이 지고 만다. 생은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무모한 약속을 쓰며 시작하는 일 그것은 내 마음을 각박한 사회에서 일단 분리하고 아름다운 물고기로만 이루는 연못 주위에 앉아 약속의 바늘을 다독거리는 일, 그렇다. 무더운 여름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이 있었고 무언가 낚아야겠다는 물고기까지 있었다면 그건 약속을 지켰으리라! 저 숲길 끝에서 바람이 오고 나는 다만 머리만 쓸어내린다. 아이구 오늘 왜 이리 더워, 어여 가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지 그래. 나무처럼 앉아 택시 탄 오봉을 기다리며 이런 질문을 해본다. 거기 좀 나은가요? 뭐가요. 에이 약속 말이오. 약속, 그는 새끼손가락을 하늘에 그리며 있다가 좌우 흔들면서 씽긋이 웃는다. 그러게 말이다. 그런 약속까지 따먹었다면 여기 있는 약속을 내동댕이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택시 탄 약속도 무슨 죄가 있기에 이런 대낮에 웃통 벗고 있더란 말인가? 샷 잔에다가 한 잔 술도 아닌 까맣게 내린 드립을 냅다 내밀면서 말이야. 오빠 그러지 말고, 있잖아. , 왜 그러셔 약속 했잖어, 그래 뭐, 밤이 깊거든 이불은 꼭 덮고 자야 돼. 알아서 나는 또 무어라고. 어여 가 이젠 약속이 뭔지 참 인생 까맣게 흐른 일 잠시 졸며 떨리는 손에 그만 붕어 한 마리 걸려든다. 껌뻑껌뻑하는 눈알, 에구 예쁘기도 해라 물총 한 방 쏴 버리는 녀석 물고 있는 바늘을 엄지와 집게로 꼭 눌려 벗겨내면서 다시 연못에 던져 넣는다.

    이건 나와의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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