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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뚜껑과 구면 =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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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4-08-14 20:21

본문

관 뚜껑과 구면

=전지우

 

 

    오후를 들락거리는 구름에도 무지개의 얼룩이 남아 있듯, 나는 죽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큰 바람이 죽었다고 우는 새들도 있지만 침묵하는 것도 있다

    유리 창문에 부딪쳐 죽은 참새가 떨어져도 우리는 한동안 마주 보며 낄낄거렸다

    참새가 울음을 찍는데 우두커니 창밖을 보니까,

    참새는 나무에 발자국을 찍어도 남지 않았다

    저 나무는 햇볕이 말을 나누는 방, 그림자가 기억을 갖는 방, 서로의 서로가 되는 방이었는데

 

    숨을 크게 내쉬면 슬픔이 새 떼가 되어 날아간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었는데 내 안에 접혀 있는 슬픔엔 페이지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날개를 달아 줄까?

    슬픔은 네모난 관 뚜껑 같구나 구면인 것 같구나

 

 

   시작시인선 0460 전지우 시집 당신이라는 별자리 하나 22-23p

 

 

   얼띤感想文

    시에서 갖는 시간적 개념 오후는 내가 죽은 이후의 시간이다. 그러니까 피안의 세계에서 사바세계를 바라보며 서 있는 시간(吾後)이다. 오후는 굳이 시간적 개념으로 보기에도 그렇다. 누군가 찾아와 애도를 표하거나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어떤 교감에 이르는 모든 것은 하나의 시체를 보는 것밖에는 안 된다. 사실, 시체가 바라보는 사바세계에 대한 감정은 없다. 마치 이러이러하겠다는 것에 사바세계의 저울질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고 얼룩이 남고 얼룩이 씻겨나가고 한다. 시체가 누워있는 곳에서는 관점이 없으므로 죽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새는 피안과 사바세계를 오가는 동물이다. 그 새의 이름은 틈새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는 참새도 괜찮다.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참으로 말이다. 큰바람이 죽었다고 우는 새들도 있지만 침묵하는 것도 있다. 운다는 표현은 발자취를 남긴 것이며 침묵하는 것은 그냥 읽다가 간 것이다. 발자취를 남긴 것은 죽음을 인식한 것이며 침묵은 맹한 걸음만 있었을 뿐이다. 유리 창문에 부딪혀 죽은 참새가 떨어져도 우리는 한동안 마주 보며 낄낄거렸다. 시 인식과 교감이다. 이러한 시적 교감은 시문에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가령, 참새가 울음을 찍는데 우두커니 창밖을 보니까, 참새는 나무에 발자국을 찍어도 남지 않았고, 저 나무는 햇볕이 말을 나누는 방이자 그림자가 기억을 갖는 방으로 묘사한다. 이는 서로의 서로가 되는 방이라 명명한다. 서로의 서로가 되는 방이라 했지만, 단적으로 이는 시적 주체의 방이다. 발자국을 찍어도 남지 않았고 햇볕이 말을 건넸고 그림자는 기억만 가졌으니까 햇볕과 그림자는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북과 남이자 지구이자 지면의 대면일 뿐이다.

    숨을 크게 내쉬면 슬픔이 새 떼가 되어 날아간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철학자는 사실 없다. 시적 주체다. 은 검정을 상징한다. 단단함이며 견고하다. 은 새의 일종이다. 자는 여기에 쓰지 않아도 알 것이다. 페이지는 면이며 날개 없는 시체를 다만 우리는 보고 있다. 슬픔은 네모난 관 뚜껑이다. 이는 약간 도치된 느낌이다. 네모난 관 뚜껑은 슬픔이다. 누가 시를 읽는다 말인가? 하며 지탄한 것이며 구면은 구의 표면을 갖는 구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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