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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치오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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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4회 작성일 24-08-17 16:29

본문

카프리치오

=김이듬

 

 

    사랑은 가장 짧은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음악 용어

 

    그러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에요

    너는 걸으며 셔츠 소매를 반쯤 접어 올렸다

 

    계절과 계절 사이로

    미온의 바람이 불었다

 

    거리의 모든 문이 열려 있는 것과 같다

 

    닫을 수 없는 마음은 죽은 마음

 

    뒤돌아보지 않았다

    차갑거나 뜨거워야 했던 날들은 지나간 것이다

 

    심장을 물어뜯는 말을 하거나 도살당한 고기를 축내며 잔을 비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다

 

    같다는 말은 자각하지 못한 이기심과 유사하다

 

    확신 없는 말과 단조로운 길을 선택하고 간절한 감정을 배제한다

 

    이를 악물고

    나는 문에 매달려 문을 찾느라 헤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막힌 골목에서

    고양이가 어린 고양이를 물고 간다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042-043p

 

 

   얼띤感想文

    시제 카프리치오는 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을 말한다. 시 문장은 전체가 하나의 시를 위한 묘사로 이룬다. 한 행마다 연결된다면 그리 볼 수도 있겠지만 따로 보아도 각 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은 가장 짧은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음악 용어다. 뭐가? 시가 그렇다는 얘기다. 읽고 있는 그 순간에 대한 대면은 사랑으로 닿지만 다 읽으면 덮어버리니까 가장 짧은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있으며 이것보다 더 좋은 문장도 사실 없는 것이 된다. 지즉위진애(知則爲眞愛) 애즉위진간(愛則爲眞看) 알고 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그때 참으로 볼 수 있다는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의 말이다. 물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선생께서 책 서두에 인용하기도 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광과 급이 번역하니 말은 비슷하나 그 뜻은 다르다. 그러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에요. 너는 걸으며 셔츠 소매를 반쯤 접어 올렸다. 시적 교감과 인식에 대한 묘사다. 마치 내 몸을 드러내는 것과 같고 더위를 식히는 것과도 같은 행위로 대신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로 미온의 바람이 불었다. 계절繼絶이든 계절階節이든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무언가 잇는 데 있어 그 공통점은 있다. 미온의 바람이 분 것은 온도나 태도가 미지근한 것으로 시 인식과 부지에 대한 묘사다. 거리의 모든 문이 열려 있는 것과 같다. 모든 길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시적 교본, 시의 행로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상상력이다. 중요한 것은 시 하나만 생각해야 한다는 진실 그것뿐이다. 시에 대한 맹렬한 복종밖엔 없다. 닫을 수 없는 마음은 죽은 마음, 통하는 것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도 외부와 통하는 구멍이 있기에 살아 있는 것이다. 노자의 도가사상이 스쳐 지나간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차갑거나 뜨거워야 했던 날들은 지나간 것이다. 사랑이 끝나면 죽음뿐이다. 온도는 없는 것이 되고 날씨 또한 무의미하다. 거저 공이다. 심장을 물어뜯는 말을 하거나 도살당한 고기를 축내며 잔을 비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의 속내 심장心腸이겠지만 물어뜯는 말 이는 깊이 숨겨 놓은 심장深藏에서 발한다. 도살당한 고기를 축낸다. 시적 주체를 상징하는 말로, 시 문장은 여러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 거로 보면 살은 그냥 붙은 것이 아니겠다. 거기서 또 빚어내고 먹고 붙고 다시 탄생한 아이까지 시의 진화와 순환에 입각한 말이겠다.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말 즉 인식에 대한 실패며 거저 덮고 마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걸 암시한다. 같다는 말은 자각하지 못한 이기심과 유사하다. 앞의 행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확신 없는 말과 단조로운 길을 선택하고 간절한 감정을 배제한다. 그러니까 복잡한 골목은 거닐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단순하게 사는 길 왜 굳이 그 어려운 걸 해? 참 이해가 안 간다는 모 씨의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시의 생명력은 거의 대다수가 이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이를 악물고 나는 문에 매달려 문을 찾느라 헤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이 또한 시의 특성 중 하나다. 시를 왜 읽느냐는 파와 시에 몰두하며 사는 쪽도 있으니까! 참 그런 거 보면 인간은 삶에 집착에서 조금도 떨어질 수가 없다. 산다는 것 영혼이 깨어 있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고통에서 구제의 손길은 다만 신에 있다는 것도 시는 알고 있으리라! 막힌 골목에서 고양이가 어린 고양이를 물고 간다. 고양이는 시 주체며 어린 고양이는 시 객체다. 시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 시집이다. 시집은 하나의 교본으로 충분하다. 사고의 집결지며 그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를 것이라는 말 다시 한번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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