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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TV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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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4회 작성일 24-08-17 20:53

본문

춤추는 TV

=전동균

 

 

    제기랄, 아내와 아이가 없는 원룸에는 TV가 있네 먹방과 트롯 열전과 가짜 뉴스 같은 나의 현생을 UHD 화면으로 보여주는 TV, 빌어먹을, 내가 없을 때만 환해지는 나의 원룸에는 나를 깨우고 잠들게 하는 TV가 있네 잠들기 전엔 꼭 물결치는 사막의 짐승 뼈를 클로즈업하는 TV

 

    성모성월의 장미꽃 같아라

    비문이 뭉개진 빗돌 같아라

 

    빨간 뚜껑 소주 한 병만 건네면

    헌 신발 머리에 얹고 춤을 추는 TV

 

    더 헛된 꿈을 꾸라고

    세상과 끝까지 거짓을 겨누라고

 

 

   문학동네시인선 218 전동균 시집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039p

 

 

   얼띤感想文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세계는 춤추는 TV와 싸우는 일이겠다. 나의 주관적인 관점은 무시되고 오히려 사물의 객관성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쪽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사물에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이 시는 인간성은 무시되고 기계음에 익숙한 현대사회를 고발한다.

    제기랄, 아내와 이이가 없는 원룸에는 TV가 있네. 아내는 지면 위에 이며 아이는 지면 위에 를 상징한다. 사각 원룸은 모서리를 상징하며 TV는 군중이나 사회적 통념을 상징하겠다. 먹방과 트롯 열전과 가짜 뉴스는 무엇이든 배불리 먹어야 하는 포식성과 어디든 가까이 가고자 하는 대중성과 그리고 무엇이든 이끌고 싶은 관심을 상징한다. UHD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해상도가 높은 초고화질 영상기술 방식 중 하나다.

    빌어먹을 이러한 세계에 사로잡힌 독자, 우리의 표상이다. 물결치는 사막의 짐승 뼈를 클로즈업하는 TV, 점들의 모임이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행위적 묘사다. 그러나 이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그 끝에서 말이다. TV처럼 아무것도 없다. 한쪽 바다를 건너 어떤 로봇의 움직임에 불과한 인간성이 사라진 세계다.

    성모성월의 장미꽃 같고 비문이 뭉개진 빗돌 같다. 그러나 이 외로운 세계에 놓인 자아는 그 TV만으로도 나를 알아주는 영원불멸의 존재성을 일깨운다. 그것은 성모성월의 장미꽃처럼 비문이 뭉개진 빗돌처럼 말이다. 한 오십만 년 후나 볼 듯한 인간성에 대해 일깨움을 어쩌면 여기서 논하는 건 아닐지. 역사가 증명할 일이지만 1,700여 년 전 광개토왕릉비가 아직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본다면 말이다.

    빨간 뚜껑 소주 한 병만 건네면 헌 신발 머리에 얹고 춤을 추는 TV. 솔직히 이건 개인적이지만 빨간 뚜껑 소주는 아직 못 마셔보았다. 약간 독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 독주에 뚜껑 날아간 골목은 역시 기계음 따라 움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도 사회가 만들어 내는 하나의 표상이겠다.

    더 헛된 꿈을 꾸라고 세상과 끝까지 거짓을 겨누라고, 진실은 어데 가고 없고 세상의 관심과 대중에 놀아나는 문화의 소모성과 포식에 우리는 어쩌면 희생되는 것 아닐까! 이 속에 진정 나를 찾고 장래를 생각한다면 돈(무게)은 잠시 내려놓고 무엇이 중요한지 말이다. 사회가 워낙 광속인 데다가 거미줄 같은 통신망에 겉이 지배하는 기형적 문화에 대해 어쩌면 시인은 고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춤추는 TV와 그리고 , 나도 모르게 달려드는 각종 미디어에 고개만 푹 숙인 채 걷는 노예, 그 노예들 이 사회의 구성 요소라는 것에 다만 앞이 캄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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