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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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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측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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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3회 작성일 24-08-20 20:51

본문

실측

=김이강

 

 

아홉 시엔 일어나야 한다던 너는

아홉 시가 되자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

계속 마신다

 

여기에 앉아 있을 이유는

피차 없는데

그냥 술을 마신다

무슨 말이라도 실컷 하면서

 

점에서 시작해서 면으로

퍼져가는 너를 보느라

터틀넥을 자꾸만 늘어뜨리고

그물코를 흩트리고 말았는데

 

하얀 접시가 공간을 넘어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일어날까?

물어도 너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새벽에 폭설이 내린다고 했는데

아직 바깥엔 아무 일도 없이

 

얼굴 사이에 떠 있던 거대한 구름을

슬며시 밀어내는 너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본다

접시의 넓이에 맞추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596 김이강 시집 트램을 타고 51-52p

 

 

   얼띤感想文

    실측實測이란 실지로 물건의 높이라든가 깊이 혹은 넓이를 재 보는 일이다. 여기서는 그러한 물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의 깊이를 다루는 것이지만, 시인은 종연에 접시의 넓이에 맞추어 보는 것으로 글을 맺었다. 그 이유는 시적 주체에게 맞는 인식과 교감의 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시에서 아홉 시란 왼쪽을 가리킨다. 왼쪽은 좌로 별이 머무는 곳이며 죽음을 상징한다. 그곳이 피안이라고 하면 완벽한 세계를 대변한다. 아홉 시엔 일어나야 한다던 너는 아홉 시가 되자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 계속 마신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죽음에 더 가깝게 가려는 일종의 운동이겠다. 각종 언술에 대한 흠모로 별을 기리며 별을 다듬는 행위적 묘사다. 그러므로 여기에 앉아 있을 이유는 피차 없는데 그냥 술만 마신다. 이것저것 말만 하면서, 어쩌다가 시가 되겠지 하며 있다.

    점, 끈끈함이 묻어 있고 마냥 젖어 있는 여기에 신음까지 내뿜는 점어鮎魚(메기). 거기서 면으로 간다. 면은 얼굴이자 지면이며 힘쓴 일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다. 터틀넥은 목이 긴 스웨터로 자꾸 늘어뜨리는 이유는 드러내야 할 면을 도로 숨기는 꼴이므로 시 인식 부족을 묘사한다. 그물코는 그물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이를 흩트린다는 건 빠져나올 구멍이 없어지므로 면은 더욱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얀 접시가 공간을 넘어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접시에서 접은 사귈 접으로 시 주체와 마음을 잇는 것이다. 이제 일어날까? 물어도 너의 목소리는 답이 없다. 새로운 벽에 닿으면 폭설처럼 내린다고 했는데 아직 바깥은 깜깜한 밤이고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저 벽, 그러자 얼굴 사이에 떠 있던 거대한 구름을 슬며시 밀어내는 너 시 객체다.

    떨어져 쌓이는 것, 바로 접시의 넓이자 실측이겠다.

    물론 시의 범주에서 얘기한 것이지만, 지인 그러니까 가족이 더 가까울 것이다. 술 마시고 못 일어나는 한 사람, 마음은 바쁜데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러나 일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을 볼 때는 보는 자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시를 읽으니 젊은 날이 떠오른다. 일이라 해서 그 일로 인해서 사람과의 만남, 그것으로 끝나면 일은 순조로울 것인가? 항시 술이 따르고 설득과 회유와 그리고 다짐 같은 것이 오간다. 일만 하면 괜찮겠지만, 일은 그냥 생기지 않으므로 인간관계는 그만큼 피곤하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소통하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재미까지 본다면 시학에서 모두 열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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