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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죽지 않았네 =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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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5회 작성일 24-08-30 20:17

본문

그 누구도 죽지 않았네

=김 안

 

 

    나의 신은 가난하고 저 잿빛 꽃 속에 갇힌 채 늙어가고, 내 아비의 신은 더 가난하여, 유일한 바깥이라곤 머리 위 창문이나 환하게 텅 빈 뱃속이었는데.

    엊저녁 딸아이가 찰흙으로 만들어놓은 가족은 잔물결처럼 갈라져 이젠 먼지 날리는 성소聖所. 거기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따라 아득한 누군가 숨이 멎는 소리. 고요로 가득해지는 소리.

    그날 이후 우리 중 누구도 죽지 않았지만 여전히 입과 몸과 마음이 제각기 따로 흩어져 있어서 기다리지요. 살아내지요. 엉덩이와 뱃가죽 질질 땅에 끌며 다닐 때까지 누구도 죽지 않을 겁니다.

    다만 버려질 테지만, 잘 계십니까, 영영?

    그리고 나는 딸아이와 함께 꽃을 꺾어 와 새로운 찰흙 속에 단단히 심습니다.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죽지 않을 겁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97 김 안 시집 Mazeppa 29p

 

   얼띤感想文

    시의 생명력이다. 시제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얘기는 그 어떤 자도 연상으로 잇지 아니한 상태로 여름의 열기를 대신한다. 신과 아비는 시 객체다. 신이 불특정 다수를 비유했다면 아비는 특정 소수를 비유한다. 꽃은 시를 제유하며 찰흙은 꽃보다는 좀 더 넓은 개념이다. 찰흙은 먼지 날리는 성소라 하니 시집으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엉덩이와 뱃가죽은 자의 상징이며 땅은 지면을 은유한다. 시인은 아무래도 딸이 있나 보다. 혹여 딸이 없어도 상상으로 시 지을 법도 하다. 이제 가을이 오나 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다름을 본다. 한 생명력을 볼 때 자식까지 보았다면 그 삶의 의미는 다 한 것이다. 나머지는 덤이다. 그러고 보니 조선 시대 허균이 지나간다. 하늘이 주신 본성은 성인의 가르침보다 우선이라 했다. 시의 생명력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가 나의 시를 읽고 순장까지 한다면 시인의 이름은 한 번 더 산 것이나 다름이 없겠다. 비록 언어 유희적 성격이 짙은 놀이지만 깨끗이 죽었다면 미련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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