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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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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분멸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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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1회 작성일 24-09-1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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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멸

=김소연

 

 

    그녀는 성냥을 한 장 사진의 꼭짓점에 가져다 대었다 불이 붙었다 세 장의 사진을 불 속에 던졌다 열 장의 사진 스무 장의 사진 혼자서 찍은 사진 모두 함께 찍은 사진 들이 불길 속에서 그녀의 얼굴들이 불길 속에서 일그러졌다 아기였던 얼굴 청년이었던 얼굴 면사포를 쓴 얼굴 눈을 감은 얼굴 들이 불길 속에서 잠시 환했다가 금세 검은 재가 되었다 얼굴이 지워졌을 뿐인데 생애가 사라지는 것 같군 사라지는 걸 배웅하는 것 같군 불길 같은 이런 기쁨 조용하게 출렁이는 이런 기쁨 정성을 다해 추락하는 황홀한 기쁨 검정 같은 깨끗한 기쁨 불 속에서는 재가 된 것과 재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 두 가지만 남겨져 있었다 입에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으나 눈에는 불이 담겨 있었다 주문진의 바다와 노고단의 구름과 비둘기호의 창문 바깥이 차례차례 깨끗하게 타들어갔다 사진에 담아보았을 리 없는 그녀의 작은 미래가 빨간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그 불씨들마저 꺼졌을 때 완전한 암흑이 찾아왔다 그녀가 오래 기다려온 장면이었다 그 속에서 그 안을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온기마저 모두 사라질 때까지 혼자 남았다는 것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게 되었을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남은 성냥을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89 김소연 시집 촉진하는 밤 36-37p

 


   얼띤 드립 한 잔

    시는 독백이다. 마치 어떤 한 여인을 바라보며 그 여인의 행위에 대한 묘사와 하나의 행위가 끝날 때까지 진행 상황을 들려준다. 그나저나, 사진을 태우는 일, 과거를 모두 지우는 것이다. 한 사람이 떠났을 때 그 사람의 사진을 모두 불태워 본 일 있는가! 떠난 그 사람은 내 안의 사람이었다. 내 아들까지도 미치지 않는 어떤 기억의 한 편에 서 있는 사람 그건 내가 소멸할 때까지가 살아 있는 존재다. 내가 죽으면 비로소 이 한 사람은 완벽한 죽음이 된다.

    시에서 성냥을 한 장으로 표현했다. 성냥갑에는 몇 개의 성냥개비가 들어 있을까? 갑자기 궁금했다. 대충 보아도 한 오십 개비는 될 거다. 그러고 보면 꼭 시집 한 권 분량처럼 닿는다. 그녀는 성냥을 한 장 사진의 꼭짓점에 가져다 대었다. 만약 찌개를 끓인다면 소금 한 숟가락이라고 표현한 것보다는 소금 한 장으로 대치한다면, 그건 소금이 아니라 소금과 같은 노력이나 땀을 은유한 것이 된다. 물론 찌개를 끓이는 일이지만, 그걸 표현한 하나의 장이기 때문이다.

    시 결말에 보면 그녀는 남은 성냥을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성냥개비에서 마음을 동요한 사건 즉 사진을 태우는 것으로 해서 내 과거에 묻은 것들을 지워나가는 일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의 표현과 그 감정이 없어질 때까지 살아 숨 쉰 장이었다면 나머지 마흔아홉의 성냥개비는 이 장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다음 장에는 어떤 서두로 시를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이번 장은 성냥개비 하나에서 발화한 시인의 마음이라는 것, 사진은 모두 재가 되었고 재가 되기를 기다린 결과 성냥개비의 장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세 장의 사진을 불 속에 넣는다. 그러다가 열 장, 스무 장, 혼자서 찍은 것과 여럿이 찍은 것을 모두 불 속에 던져 넣는다. 이에 대한 감정은 기쁨으로 표현한다. 생애가 사라지는 것인데 황홀하고 검정 같은 것이 밀려와서 기쁨이라 하고 정성을 다해 추락한 것 같아서 기쁨이 밀려왔다고 하지만, 이는 반어적이다. 절대 기쁘지 아니한 나의 죽음을 맛본 것과 같아서 슬픔이 아닌 비애로 젖는 이 길, 인생 마지막 행로처럼 미리 맛본 것에 대해 대단한 어떤 철학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주문진의 바다를 보는 듯하고 노고단의 구름과 비둘기호의 창문 바깥을 보는 일과 같은 무한한 시의 생명력 그것은 주문한 바다의 어감처럼 어떤 노력으로 똘똘 뭉친 구름과도 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대처와 구체를 부르는 시의 완벽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저 창문 바깥의 행위에 대한 봉사로 말이다.

    그러나 종국은 암흑이라는 사실, 그건 오래 기다려온 장면이지만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 시간의 찰나였다. 우주로 사라지고 마는 한 개인의 진실은 묵과하듯 꼭꼭 덮어지는 게 현실이니까. 진정 고독과 외로움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미지의 고독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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