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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우리 집 =박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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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4-10-08 21:31

본문

아직은 우리 집

=박라연

 

 

    새벽이 잠 깨어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자유

 

    얼마나 광활한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577 박라연 시집 아무것도 안하는 애인 20p

 

 

   얼띤 드립 한 잔

    시가 간단명료하다. 시제가 아직은 우리 집, 그러니까 집에 기거한다. 아마 영원히 기거해야 할 집일지도 모른다. 집일지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이다. 집의 개념이 중요하다.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공간의 집보다는 집 우집 주로 우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낫겠다. 새벽이 잠 깨어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자유. 새벽은 새로운 벽으로 하나의 객체다. 물은 구체를 상징하며 그 한 모금을 마시는 행위는 경전을 읽는 행위와 같다.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사바세계의 몸짓이겠지만 피안을 그리며 그 세계에 대한 염원과 안정을 기원한다. 사실, 죽음 이후는 아무것도 없지만, 편안한 잠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죽음을 영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순간 그 순간이 몇천만 년이 될지 혹은 몇억 광년이 흘러서 다시 무엇으로 깨거나 혹여 잠깐 빛으로 소멸할지언정 그곳 역시 우주다. 쉼의 기간이 얼마나 긴 것이냐 중요하지가 않다. 집만큼 편안한 곳도 없고 집만큼 발 뻗고 누울 곳도 없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집에서 나고 집에서 죽었다. 지금도 이웃의 웃어른 몇몇은 결코 요양원이나 병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몸이 힘들어도 집에 있으려 하나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또 그렇지가 않다. 체계와 보살핌은 집은 한계가 있다. 간호사와 의사 영양사까지 두루 갖춘 새로운 집, 그러므로 장수의 시대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갈 수도 있겠다는 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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