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자물쇠 =박연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라색 자물쇠 =박연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24-10-10 20:41

본문

보라색 자물쇠

=박연준

 

 

이를테면 피아노 건반의 검고 흰 막대들이

어느 것이 이고 어느 것이 인지

자기들 속내를 밝히지 않기로 다짐했다는 듯

나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아침은 쿵쾅쿵쾅 제멋대로 연주되고

누군가는 항갈망제를 삼킨다 사력을 다해

이 생을 통째로 꺼뜨리려 애쓰고

이미 사라진 사과나무 아래서

하나만, 딱 하나만 붉은 우주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봉합된 눈꺼풀을 한 올 한 올 뜯으며

눈물을 좀 흘려볼까,

몇 시간째 끙끙 힘을 주고

 

모든 이별은 활달하기만 한데

 

읽어버린 발목을 찾기 위해

휘어진 길이 절뚝이며 헤매도 되나

이대로 아침이 방긋, 깨어나도 되나

 

 

   문학동네시인선 028 박연준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019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보라색 자물쇠’, 보라색은 흰색도 아닌 그렇다고 검정도 아닌 색이다. 다만 보라, 여기 좀 보라 뭔가 강요하는 듯 시의 돈호법頓呼法이다. 자물쇠는 꾹 다물고 있는 시 객체를 상징한다. 시는 저 입을 열어야 할 의무가 있듯이 북을 가리킨다. 피아노 건반은 흰색과 검정으로 이룬 세계관이다. 막대들, 물론 시 객체를 상징한 시어다. 꼿꼿이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도와 솔은 음정의 체계지만, 도는 길을 뜻하며 솔은 거느린 것으로 시가 나아가거나 다스려야 할 그 무엇이다. 항갈망제, 이는 약학 용어다. 뇌에서 술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도록 작용하는 신경 부위에 직접 작용하여 술에 대한 갈망을 감소시켜주는 약이다. 누군가는 항갈망제를 삼킨다 사력을 다해, 그러니까 누군가는 언어의 묘미를 찾기 위해 무언가 읽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러나 그 묘미를 찾고 나면 시는 죽음밖에 없으므로 사력을 다하는 것이고 생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만 있을 뿐이다. 이미 사라진 사과나무 아래서 하나만, 딱 하나만 붉은 우주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여기서 사과나무는 시 객체다. 사과는 모래가 되었든 지나간 시간이 되었든 아니면 죄를 씻기 위한 하나의 장이었든 사실 아무것도 없는 지면을 향한 부름의 징표 같은 것이다. 그러나 봉합된 눈꺼풀을 한 올 한 올 뜯기만 한다. 눈꺼풀은 검정을 상징하며 여기서는 읽기 나름이겠지만 시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시 객체로 볼 수도 있겠다. 닭을 먹기 위해서는 닭 목을 치고 닭털을 뽑아야 하듯이. 눈물은 구체의 상징이겠다. 읽어버린 발목과 휘어진 길이 절뚝이며 헤매는 일은 보라색 자물쇠를 여는 아침이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5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