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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오는 방식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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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4-10-17 21:29

본문

무엇이 오는 방식

=여성민

 

 

    가령 이런 식, 비가 내리거나 시럽을 듬뿍 넣은 카페라테를 마시거나 비가 내리거나 외롭지 않기 위해 동물원에 가거나 비가 내리거나 흔들리며 흔들리며 비가 내리거나 가령 이런 식, 가까운 숲에서 먼 숲으로 길이 사라지는 지하에서 옥상으로 계단이 사라지는 508동에서 511동 뒤편으로 손전등 불빛이 사라지는 지상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아이가 신발을 벗는 그러니까 가령 이런 식, 국경선의 한 무리 양떼 옆에 딱딱한 빵을 뜯다가 세 개의 강에서 올라오는 푸른빛을 보며 무릎을 만지는 경계병 소년 옆에 에이케이소총 옆에 소년은 모두 손가락이 길다 케네디는 아직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쓰레기를 뒤지는 개 축구공 터진 공터 깨진 유리창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스타벅스 매장 옆에 콘크리트 철근에 매달린 트랜지스터라디오 옆에 예스터데이 음 음 음 음 예스터데이 옆에 오줌을 누다가 길의 끝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눈동자 옆에, 죽은 눈, 죽은 눈, 그러니까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오지 않는

 

   문학동네시인선 068 여성민 시집 에로틱한 찰리 043p



   얼띤 드립 한 잔

    무엇이 오는 방식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쓰는 일종의 글쓰기다. 바닥은 언제나 죽음의 공간으로 본다면 무엇을 일으키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비며 동물원이며 흔들린다. 이곳이 가까운 숲이라면 아주 먼 숲까지 사라지는 계단이다. 그 계단은 지하에서 옥상으로 나 있으며 오백팔 동에서 오백십일 동 뒤편으로 연결된다. 오백팔 동은 오백팔동吾白八洞으로 오백십일 동은 吾白十一동으로 보면 좋을 듯싶다. 팔과 일에서 여러 갈래의 길을 상징한다면 그 끝은 완벽한 개체로 이행하는 길뿐이다. 손전등 불빛이 사라지는 지상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아이가 신발을 벗는 형식, 시를 읽고 쓰는 형식이지만, 묘사가 탁월하다. 손전등 불빛이 시 주체라면 지상은 지면과 대조적이며 아이가 신발을 벗는 건 바닥에 안착하기 위한 행위다. 국경선의 한 무리 양떼 옆에 딱딱한 빵을 뜯는 일, 내가 가진 사고의 경계와 네가 가진 사고의 경계 이를 양 떼라 하면 딱딱한 빵은 두 지점에 대한 이해의 상충과 충돌이다. 그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빵인 셈이다. 세 개의 강에서 올라오는 푸른 빛은 너와 나 그리고 이 사이에서 태어난 그 무엇과 합하면 모두 셋이다. 경계병 소년 옆에 에이케이소총 옆에 소년은 모두 손가락이 길다. 아군의 진지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경계 임무를 맡은 병사가 경계병이라면 에이케이는 너와 나를 연결하는 무릎이다. +가락 그 장단이 긴 셈이다. 케네디는 캐낸다는 소리 은유며 축구공과 유리창은 구체를 상징한다. 스타벅스는 스타 벌레로 무언가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트랜지스터라디오, 트랜지스터가 원래 연결 단자다. 오줌 +zoom=>어린 소녀는 여자로 자를 상징한다. 죽은 눈, 죽은 눈, 그러니까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오지 않는 시.

    그냥 드립 한 잔치는 일이므로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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