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슬픔의 숲 =안차애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환한 슬픔의 숲 =안차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24-10-21 21:25

본문

환한 슬픔의 숲

=안차애

 

 

    아파트도 한자리에 오래 자리잡다 보니

    나무가 되어가나 보다

    오래도록 바람에 가슴 뜯기며 살다 보니

    뿌리가 생겼나 보다

    요즘 들어 부쩍 창만 열면 새소리가 바쁘다

    새들이 드디어 아파트에 나무처럼 깃들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앞 베란다 창에서

    오후 설거지 무렵이면 부엌 창 쪽에서

    낮고 높은, 강하고 여린 주파수를 보내온다

    그러고 보니

    네가 오랜 여행을 떠나고 혼자 남겨진 뒤부터다

    오래 남겨진 아파트

    오래 남겨진 공터 오래 남겨진 가슴 한편

    새들은

    꼼짝없이 한자리에 서서

    슬픔의 뿌리만 내리는 것들에 제 둥치를 얹는다

    지상엔 환한 슬픔의 숲이 하나 더 느는 것이다

 

 

   문학 세계 현대 시선집 199 안차애 시집 치명적 그늘 116p

 

 

   얼띤 드립 한 잔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말 없는 것들과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가령 젊을 때 마련한 집이 벌써 삼십 년째 동거하며 지내니까 나도 나무가 되었고 집도 나무가 되었다. 나무, 벌거벗을 나에 없을 무처럼 딸딸 털려버린 이파리처럼 가을이 왔다. 지난해는 빗물이 새, 없는 돈 긁어모아 지붕 공사를 했고 뜰앞은 다 헐어 공사를 재개해야 할 판이지만 거저 눈여겨 지켜본 지가 또 얼만가! 하나씩 벗을 때마다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한 해씩 떨궈버린 나이도 우습게 바라볼 때가 아니다만 이젠 힘이 없고 희망도 사실 없다. 매사 가슴 떨리는 일도 없으며 그렇다고 나 찾는 새들이 있나 계좌를 받쳐 줄 우산이 있나 다 까발려도 어디 새 나올 곳 없는 빈틈없는 가슴 졸임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살아 숨 쉴 수 있는 마음은 네가 있어, 너의 몸에 안겨 잠을 청하고 너의 몸에 안겨 업무를 보고 네가 준 물에 샤워하며 지내는 일, 잊지는 말아야겠다. 너에게 안겨준 고통이란 얼른 대출금부터 삭제하는 일이란 것도 잘 안다. 창만 열면 새소리처럼 울리는 알람에도 얼마 쌓아놓지 않았음에도 월말이면 매번 설거지 당하는 은행나무 이파리도 낮고 높은 강한 여린 주파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행은 내가 아니라 너였으면 하고 바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영 떠나라 하며 공터에다가 발을 둥둥 쳐보기도 했지만 남는 건 역시 올곧게 서 있어야 할 나무의 기둥 발뿐이었다. 그래 나는 꼭 이것만큼은 정리할 수 있을 거라 다짐해본다.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2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4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