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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근속 =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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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4회 작성일 24-10-22 21:03

본문

삼십 년 근속

=이성률

 

 

    아침 언덕에서 삼십 년간 버스를 탔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십 년간

    반복하는 것은 기계가 하는 일입니다

    월급을 타고 집을 마련하고 나이 드는 일이

    돌아보니 기계적이었습니다

    너는 말이 아니니 서울 가서 사람이 되렴

    나를 유학 보낸 아버지는

    기계가 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해 임종이 편안했습니다

    사람 노릇을 할 수 없는 나는 기일에 불효자가 됩니다

    살 맞대고 동거해 온 펑크 난 수절

    이 땅의 노동은 도무지 정이 안 갑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은 나를 거두는 일입니다

 

 

   시작시인선 0430 이성률 시집 긴 꼬리 연애 13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삼십 년은 한 대를 상징한다. 삽십 년 근속, 내가 이룬 일이며 나의 시력이겠다. 그 일은 너무 기계적이었다. 기계적이라는 말은 인간미는 전혀 없고 삶의 여유 또한 없다. 마치 한 기계의 부품처럼 꽉 조이는 삶뿐이다. 아침이면 언덕 같은 굴곡진 삶 이 삶을 두고 한결같이 버스를 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삼십 년간이다. 삼십, 끼거나 간여하거나 섞거나 뒤섞은 삼에서 완벽함에 나아가고자 하는 십자성까지 거리다. 월급을 타고 집을 마련하고 나이까지도 무슨 기계처럼 돌고 또 돌고 돌았다. 그러므로 근속만 있었다. 한자리에 지긋이 묶여 있는 삶, 가만히 생각하면 아버지는 그렇게 혼자 가셨다. 집을 놓아두고 나무를 두고 밭을 논을 모두 그대로 놓아두고 가셨다. 자식은 알아보지 못했고 임종은 얼떨결에 찾아왔으니 불효자는 다른 데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 노릇이란 무엇인가? 자주 찾아뵙는 것을 나는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그런 시를 쓴 적은 있었나? 허구한 날 드립이나 따르고 마음이 부족하다고 노동도 아닌 노동으로 한 우물만 팠으니까 여기에 더하여 유교의 법도까지 끊었으니까 무엇이 그렇게 힘든 일만 있었을까! 부족이다. 발이 부족하고 그 둘레가 부족하고 그 깊이가 부족했다. 하루라도 그 양에게 맞는 둘레를 두르고 깊이를 채워야 할 것이다.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날이 오지 않는다면 분명 죽음을 앞당길 것이다. 기계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삶을 서울 같은 복잡한 것이 아닌 시골처럼 단순한 것이지만 정이 넘치는 시,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걸림이 없는, 자유를 절규하며 만끽하는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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