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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2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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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1회 작성일 24-10-28 21:11

본문

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2

=정재학

 

 

    아홉 살 때 삼척 해변에 서 있다가 갑자기 센 파도가 들이쳐 쓰러졌다. 바다로 휩쓸려가던 순간 누군가 내 오른 손을 꽉 잡아주었다. 가늘게 뜬 눈 위로 급한 파도가 쓸려나가고 누군가의 강한 윤곽이 보였다. 부리부리한 눈. 굵은 목소리. 그날 이후 아버지는 나의 큰 산이 되었다. 너무 큰 산이라 걷고 또 걸어도 벗어나가기 어려웠다. 다투기라도 하듯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걷기도 하고 나는 때로 그 산에서 호수로 고여 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아버지는 내가 돌봐야 하는 작은 화분이 되어 있었다. 줄기가 쓰러질까봐 지지대를 꽂아 줄로 엮기도 했는데 결국 내 손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아버지가 잡아 주었던 것처럼 힘껏 잡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야윈 손을 조심스럽게 꽉 잡아본 적이 있다. 모래처럼 쓸려가는 아버지를 붙들기 위해.

 

 

   문학동네시인선 174 정재학 시집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077p

 

 

   얼띤 드립 한 잔

    시인의 소싯적 얘기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시를 엮었다.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다. 아홉 살이라는 어감이 어떤 목표치에 뭔가 다다를 듯하지만 조금 못 미치는 생경한 느낌을 준다. 삼척이라는 해변과 바다와 파도의 어감에서 짠 물이 괴어 있는 완벽한 세상과 그 세상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서 있는 곳에서 자질을 논하는 것처럼 인생에 대한 관조를 담고 있으리라. 부리부리한 눈, 굵은 목소리, 그리고 큰 산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묘사다. 나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는 사실, 시를 깨치는 마음이다. 부리부리하다. 눈망울에 대한 상태를 묘사한 말이지만,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은 소임도 하고 있다. 물론 시에서만 통하는 말이다. 일단, ()를 일으켰으니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더 자세히 엮는다. 그건 다투기라도 하듯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걷기도 하고 나는 때로 그 산에서 호수로 고여 쉬기도 했으니까! 이는 아버지를 내가 돌봐야 하는 작은 화분으로 상세히 서술한다. 아버지의 화분, 좋은 어구가 아닌가! 시를 읽고 쓰는 자는 이 화분 하나 얻기 위해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 화분은 무엇을 채울 것인가? 그대는 생각하고 있는가? 없다면 어찌 되었든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고 있을 것이고 내() 왼손은 펼쳐져 있을 것이다. 야위고 풍족하지 못하고 서툰 숟가락에 얼룩으로 남을지언정 저 밀려오는 파도에 대적하며 한 옴큼의 모래로 성을 쌓는 시간, 바로 정지한 시간을 갖는 일 오늘 삶의 최후 마침표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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