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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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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24-11-13 22:02

본문

=박 철

 

 

    오죽하면 내 어깨에 누우랴마는

    몸이 아프면 내리는 눈발도 아파 보이는 때가 있다

    이제 그렇지는 않고

    고운 눈에게는 고운 눈의 삶을 돌려준다

 

    그 대신 내가 아플 때

    당신도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도 돌려주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발자국 들어내고 싶네

 

    이런 사랑뿐이라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눈 쓰는 자루와 비 쓰는 자루가 달라서

    함께할 수 없는 자리

    끝내,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고

    둘이 될 수 없는 길

    기어이 멈추지도 않는다

 

 

   문학동네시인선 220 박 철 시집 대지의 있는 힘 088p

 

 

   얼띤 드립 한 잔

    어깨를 좋아하는 시인이다. 어깨를 편다. 굽힐 것 없이 당당하다는 말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다. 서로 비슷한 힘이나 지위를 말한다. 어깨가 무겁다. 무거운 책임으로 마음에 부담이 간다는 말이겠다. 가만히 보면 어깨는 어+깨처럼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시는 그야말로 어깨다. 어깨를 짓이기어 참기름 같은 반들거리는 유수의 달변達辯 지백수흑知白守黑에 이르는 길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고 둘이 될 수 없는 길 그러나 기어이 멈추지 않으면서도 지긋이 앉아 생이 끝날 때까지 결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 내가 아플 때 당신도 아프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말, 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기에 공감이 마련되고 인식의 지평은 더욱 넓어지고 그 넓이에 미치지 못한 지점에 서 있으니까! 묵 말이다. 흐으 묵색창연墨色蒼潤에 이르는 길. 그러므로 바닥은 바닥대로 허공은 허공대로 분리를 이루고 나름 독립적인 타입으로 예술의 영역을 구분한다. 이런 게 진정 사랑이 아닐까! 그러나 못내 가슴 아파하지 마라! 사랑하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함께 하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눈이 오고 비가 내렸든 비가 오고 눈이 내렸든 자리는 자리였고 다리는 다리였으니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이것은 어깨였다는 것과 어깨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내의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사랑하니까 잠시 삶을 대변하며 읊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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