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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선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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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9회 작성일 24-11-15 21:11

본문

사라진 시선

=함기석

 

 

    아무 <사람>도 없다 ( ) 아무 우측의 <광야>

    아무 <사물>도 없다 ( ) 아무 좌측의 <설원>

    아무 <시간>도 없다 ( ) 아무 무아의 <백지>

    아무 <풍경>도 없다 ( ) 아무 하늘의 <웃음>

    아무 <언어>도 없다 ( ) 아무 해저의 <어둠>

 

 

   민음의 시 269 함기석 시집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78p

 

 

   얼띤 드립 한 잔

    봉두난발蓬頭亂髮하면 이상이 떠오른다. 사실 이상을 만난 적은 없다. 100여 년 전의 사람을 만난다는 건 있을 순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은 적 있어 어떤 모양새를 가졌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또 어떻게 그가 세상과 이별했는지는 대충 아는 정도다. 시인 이상은 참 멋있게 살다 간 사람이다.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말이다. 시인 함기석의 시를 읽으면 언뜻 이상이 떠오르기도 해서 만리장설萬里長舌을 잠시 널어놓고 말았다. 이상한 문자와 괴이한 문장기호가 들어가 있고 어떻게 보면 반복적이면서도 또 자세히 보면 뭔가 있을 거 같은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철학적인 어떤 생의 깊이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 그렇지만 이건 시간을 죽이는 일이며 아무것도 없고 없는 것이 맞는 일이며 또 없어야 하고 그러나 뒤에 장막 하나가 도르래처럼 사아악 그치면서 창을 보는 일 역시 시 감상이다.

    아무 <사람>도 없다 ( ) 아무 우측의 <광야>

    위 나열한 문장을 보면 가운데 문장기호와 공간이 있고 좌측과 우측으로 나뉜 모양을 보고 있다. ( ) 문장기호 기점으로써 좌측은 죽음의 공간이라면 우측은 삶을 대변한다. 아무라는 말, 불특정 다수 혹은 특정 다수라 해도 되겠다. 시를 읽는 이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어떤 사람을 지목하는 인칭 대명사로 쓰인다. 그렇지만, 아무는 아무我無. 내가 없다. 좌측은 그런 공간이다. 죽음 이후는 아무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람도 없다. 이후 사물도 시간도 풍경도 심지어 언어도 없는 것이 된다.

    문장기호 ( )와 공간은 사이, , , 골목을 이룬다.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아무가 있고 선으로 연결한 그 끝은 우측의 광야가 있다. 역시 나는 없지만, 삶을 대변하는 존재는 역사가 있으며 사회를 이루고 전전반측輾轉反側한 날밤을 헤아리는 곳, 광야를 이룬다. 이후 좌측의 설원을 이루고 무아의 백지를 놓는다. 이는 하늘의 웃음이자 해저의 어둠이라는 것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광야廣野란 텅 비고 아득한 넓은 들이며 설원이란 눈이 쌓인 곳이기도 하지만 혀 설로 그 근본인 곳 좌측을 지목한다. 웃음에 나도 따라 웃어 보고 어둠에 따먹을 수 없는 내 시골을 까맣게 또 칠해 본다.

    아흐, 아 아 앗 아흐.

    최 금진, 참 사람 다 배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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