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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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이영광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창비시선 318 이영광 시집 아픈 천국 31p
얼띤 드립 한 잔
‘죽도록’이 죽도록粥圖錄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건 그냥 써 본 말이다. 죽도록 누가 보아주는 이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도 없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나는 스스로 시를 읽고 감상하며 죽도록 내 마음을 다진다. 이건 남이 보라 써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일과를 마친 진정 위대한 자와 불과 몇 안 되는 시간, 시간이라고 해봤자 짬이라 할 수 있는 틈새를 비집고 죽도록 모가 난, 이 껄끄러움을 깎는 일이다. 마치 죽음만이 다인 듯 죽도록 공부하라는 팻말까지 써 붙여 달려가는 시내버스처럼 아이는 삶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구우일모九牛一毛와 같은 생을 살지 않기 위해 끝끝내 붙잡고 있는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을 끈끈하게 안착하고 또 씻고 닦고 문지르며 또 씻어 내리며 오로지 위로 위만 바라보며 걷는다. 옥상은 옥상屋上이겠지만 옥상玉相과 같다. 구슬 옥玉에 서로 상相이다. 구체를 돌려가며 돌려보며 오가는 마음을 상징한다. 욕조는 욕조浴槽겠지만 씻는(욕浴) 마음이자 바라는(욕慾) 마음이며 그 마음을 고르게(조調) 살피는 것까지 함축한 시어다. 지하철은 종이(지紙)에 물 흐르듯이(하河) 가는 굳음(철鐵) 마음을 상징한다. 모두 한자에서 비롯한 자에 근거를 둔다. 저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 시내버스는 어둠 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흐으 수능이 며칠 전에 끝났다. 예전 같으면 찬 바람이 꽤 불고 귀 얼얼했는데 아직도 가을처럼 바람은 그리 차지가 않다. 지구의 온난화가 여기까지 밀려온다. 누가 또 읽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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