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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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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24-11-28 21:12

본문

죄인

=이현승

 

 

    희귀란 너무 멀리 떠나왔다고 자각한 자의 것일까.

    회심은 늘 그 자리에서 멈춘다.

    돌아갈 수 없는 자에게

    떠나온 자리는 책망의 자리다.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킨 화염이 시작된 곳,

    망자와 나눴던 마지막 악수가 선연한 손바닥.

    너 같은 인간은 다시는 안 본다고 돌아선 사람의

    우물에 탄 독 같은 말이 퍼렇게 떠오르는 귀 우물.

 

    도둑은 이미 다녀갔는데.

    자물쇠를 몇 겹으로 잠가놓고도

    문밖의 소리에 온 귀를 다 기울이는 집주인처럼

 

    모든 가능성을 다 비워내고도 집은

    금세 우울한 공기로 가득찬다.

    진정으로 포기를 모르는 것은 실패이다.

    실패를 감았다 풀 듯

    실패를 몇 번이고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랑반데룽.

 

 

   문학동네시인선 160 이현승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062

 

   얼띤 드립 한 잔

    시제로 쓴 죄인은 죄를 지은 사람이기도 하고 부모의 상중喪中에 자신을 남에게 낮추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 또한 죄인이다. 살아 있다는 것만도 죄인처럼 닿는 오늘은 회귀도 없고 회심도 없다. 너무 멀리 왔다고 자각한 것은 아닐까!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삶에 대해서 뉘우침은 있어도 깨달음은 없으니 늘 책망은 하루를 잃은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물만 바라본다. 분명히 저 강을 건넌 사람은 있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公無渡河)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公竟渡河) 물에 빠져 죽었으니,(墮河而死) 장차 임을 어이할꼬.(當奈公何). 여옥麗玉이 따로 있을까 싶다.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킨 화염이 시작된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자아의 심중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만큼 자책 또한 깊게 닿는다. 이로 너무나 지친 마음은 피폐에 이르고 그 마음 가눌 곳 없이 돌렸다가 다시 감았다가 되풀이하는 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사실, 너 같은 인간은 다시는 안 본다고 돌아서서 머리를 줴뜯으며 피 선연한 마당을 이루어도 그때뿐이다. 도둑이 따로 있을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우물에 불과한 것을, 그러므로 나는 어리석을 우에 물 물건物件에 지나지 않는다. 그 우물은 늘 독만 타 있다. 홀로() 자리에 앉아 풀고자 하는 독에 다만 무엇이든 읽어야 하는 처세 독에 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한 처지다. 이미 멀리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말이다. 진정 살고 싶어 이르는 게 아니다. 우울한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고 싶을 뿐, 포기를 모르는 실패가 아니라 유연한 손놀림으로 바람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온통 머리가 짓눌리는 듯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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