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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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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6회 작성일 24-12-09 23:18

본문

어떤 그림

=이병률

 

 

    미술관의 두 사람은 각자

    이 방과 저 방을 저 방과 이 방을 지키는 일을 했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졌다

    자신들은 서로를 깊게 바라보다

    만지고 쓰다듬는 일로 바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각자 담당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란히 공간을 옮겨 다녔다

    그림이 그 두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다

 

    두 사람을 그림 안으로 넣겠다고

    그림이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1 이병률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11p

 

   얼띤 드립 한 잔

    그림의 정의부터 내려본다. 선이나 색채를 써서 사물의 형상이나 이미지를 평면 위에 나타낸 것이 하나고 또 다른 뜻은 그을음이 있다. 미술관은 그림을 전시한 공간이다. 그림보다는 넓은 개념이며 확 트인 공간이기도 하면서 대중적이다. 여기서 사람은 자를 상징한다. 그러면 두 사람은 각각 누굴 의미하는 것인가? 하나는 바닥을 옹호하는 자일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바닥을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은 이 방과 저 방, 저 방과 이 방을 왕래하며 각각에 놓인 그림을 보고 있으며 그림을 살핀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 간다. 여기서 사람들은 바닥에 놓인 자들이다. 그림을 못 만지게 하는 의무가 있다. 이는 시적 의무다. 쉽게 어떤 형상이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게 하는 것이 최대한의 본분이며 임무다. 그러나 사랑도 가까이하면 트이는 것일까! 서로를 깊게 바라보고 만지고 쓰다듬는 일까지 이는 필사에 가까운 노력이 주어지고 감옥 같은 미술관에서 뛰쳐나오려는 뿔 같은 것이 언뜻 내비칠 때 흑백사진처럼 어떤 이목구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데생 같은 것이 되겠고 사람은 아닌 것이 사람과 같은 것으로 어떤 모양을 갖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란히 공간을 옮겨 다닌다. 저 북에서 말하는 희귀한 식물, 아니 골동 소품과 같은 기념주화를 찍어낼 때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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