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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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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서自序 =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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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0회 작성일 25-01-06 21:14

본문

자서自序

=나금숙

 

 

    묻어 줄게, , 아가, 눈을 감겨 줄게 안아 줄게 누이여 머리 풀어헤친 누이여 물푸레나무 아래 흰 강, 그 물 위에 떠 가는 검은 머리카락은 뱀같이 실뱀같이, 죽어서도 어여쁜 몸을 휘감는데 물고기가 와서 너의 고운 눈을 코를 조그만 유방을 물어뜯을 때 추억으로 괴롭던 감각도 끝나 버리고 부드럽게 부푼 빵이 되는 누이여 꽉 움켜쥔 주먹은 양수 속의 그 주먹인데 무한 폐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죽음 안에 잉태되는 성벽 같은 누이여 들어옴과 나감을 기억하는 자궁 속으로 첫 새벽처럼 푸른 물고기가 헤엄쳐 온다 누이여 아직도 그 샘은 유효한가? 묻어 줄게 누이여 너의 본토에, 물이나 혹은 흙 속에, 그들은 가장 부드럽고 강한 남근, 네 야윈 뺨을 검붉은 흙 속에 묻고 자거라 누이여 입안 가득 고이는 허무는 씨앗을 품듯이 품고 이제 희망의 실뿌리는 내지 말거라 그 실과는 씨방이 여물지 못하는 낙과뿐이니 잉태에 관한 모든 짐을 벗고 오, 아가, 너만을 위한 잠을 자거라 다시 한번 젖꽃판 짙은 젓을 물고 네 안이 동굴로 들어가는 기쁜 잠을 청하거라

 

    시작시인선 0506 나금숙 시집 사과나무 아래서 그대는 나를 깨웠네 63p

 

    얼띤 드립 한 잔

    자서는 자기가 지은 책에 서문을 말한다. 근데 이 시집에서는 중간쯤에 놓여 있다. 시집에서 굳이 자서라는 말도 필요는 없다. 시 한 수 한 수가 모두 자서나 마찬가지고 칠흑 같은 어둠에 놓이는 일이므로 굳이 차례를 가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느 공간에 있든 상관은 없다. 그나저나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종일 감았던 눈을 뜰 것 같고, 풀어헤친 머리처럼 널어놓아야 할 블랙에 붓을 살짝 담가 한 점 물이라도 찍어 어디라도 적셨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바로 그 순간이 주어진 삶이 아닐까! 혼자 방치한 것보다는 묶여 있으므로 해서 야윈 뺨의 범주와 존속에 위안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왜 그럴까? 그건 피의 순환이다. 돌고 도는 혈액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 그것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한 하나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펴져 있는 손에 주먹을 움켜쥐게 하고 양수에 몸을 싣고 물길 따라 거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변칙에 조금이라도 발맞춰 함께 나아가기 위함이 사실 크다. 뭐 별것 있을까? 삶이라는 것 말이다. 온종일 땟국물에 흠뻑 젖은 누이를 말끔히 씻겨 내리는 저 비누 같은 미끄럼 그렇다 쑥 밀어 넣는 실뿌리야말로 원뿌리에 대한 예의다. 그저 염화미소拈華微笑. 오늘도 씨방은 없고 낙과 천지니 그저 흰 젖만 야무지게 물고 잠시 혼쭐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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