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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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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가나안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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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25-01-19 16:10

본문

가나안

=이영광

 

 

    가나안 교회를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녀는

    물었고, 길이 복잡하니 따라오라고 나는 말했다.

    마음에 든다는 듯 그녀는 웃었다. 꽃무늬 재킷 전체가 웃었다.

    서른이 안돼 보이는 여자가 마흔이 넘은 나를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가듯

    내 생애의 어떤 여자보다도 더 기쁘게 따라왔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언덕 밑 자드락길 파밭 지나

    골목에 접어들어서도 나는 몰랐다. 놀랐다.

    가나안 교회를 얼마나 가야 하니, 반말로 그녀가 다시

    물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별안간

    블라우스 앞섶을 홱 열어젖히고 맴가슴을 꺼낸 채로

    달려들어서, 내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서가

    아니었다. 문득 여자의 등 뒤에서 여자를 꼭 닮은

    늙은 얼굴이 나타나 깔깔대는 알몸을 철썩철썩

    때려가며 옷을 입히고, 사과도 없이 허둥지둥

    사라져서가 아니었다. , 나는 정신없는 몸 앞에서

    정신없이 옷깃을 여미는 인간이구나. 나도 몸이었구나.

    하지만,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니. 어떻게 견디지

    않을 수 있었니. 벗은 몸이라도 통닭처럼 내던져야 했던

    참혹이 있었던가, 다 벗어던지고라도 따라가야 했던

    순간이 누구에게는 없었을 것인가, 살 떨리는 그곳이 비록

    독과 피가 흐르는 저주의 땅이라 해도.

 

    창비시선 366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54-55p

 

    얼띤 드립 한 잔

    가나안은 하나의 이상향이다. 가나안을 가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통닭처럼 내던져야 했던가. 문제는 아직도 던지고 있다는 사실, 다 벗어던졌다고 착각하지 마라, 남은 일 푼이라도 있다면 씨앗은 살아 있으니까, 통닭에다가 비유를 둔 것에 참 재밌게 읽었다. 털은 하나도 없고 내장까지 쏙 뺀 것 아니냐, 거기다가 토막까지 낸 것 없이 온전한 몸뚱어리 그 자체다. 그렇게 벗어던지며 바라보고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여전히 흐릿한 꽃무늬 재킷에 마음은 갈리고 길은 복잡하다. 그러니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은 딱딱한 직선이 아니라 유연한 곡선이다. 직선은 평행한 두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이에 비해 곡선은 우아하고 온건해서 새처럼 날 수 있다. 함께 거니는 것이다. 그렇게만 갈 수 있다면 그녀처럼 블라우스 앞섶을 홱 열어젖히다마다 뿐일까, 그 못난 아랫도리까지 탁 끊어버리고 기어이 오름세를 탔을 것이다. 이제는 그럴 때도 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영영 가재 편이다. 여전히 꾹 닫은 몸뚱어리는 철썩철썩 때리는 파도에 안주하며 지켜 바라볼 뿐 나풀거리는 옷깃에 손짓을 보내며 그래 맞아 저거였어, 너는 그렇게 날아갔다. 늘 그랬다. 원체 두들겨 맞다 보면 아주 조그마한 꽃비에도 나가떨어지느니 좀생이 따로 있을까 보다. 가나안,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에 내 생애를 걸고 과연 갈 수 있을까 죽어서 가는 그런 흔한 일 말고 살아 한 번쯤 가 있는 일도 생겨 나를 믿고 따르는 이 있어 언덕을 딛고 자드락 길 젖히며 파밭까지 지나 조목조목 안내하는 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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