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을 긋다/서봉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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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324」
성냥을 긋다/서봉교
모친을 모시고 찾은
매포의 법당 대웅전에서
초를 꽂고
퇴계 선생 누워있는 돈표 성냥갑
한 개비 성냥을 긋다
피! 치! 피어오르는 저 불꽃
삼척 촛대 바위 같은 굵은 촛대마다
불 보시를 나눠 주고
염불하는 팔순의 도니를 돌아보는데
도니 보다 먼저 부처를 모시다가 떠난 이들의
사당과 사리탑이 처량하게
봄 소낙비에 젖고 있다
우리네 생도 저 불꽃같아서
흥하다가 저렇게 돌아가겠지
남아있는 이가 대신 또 그 일을 해 주고
대웅전의 부처님만 그들의 윤회를
미소로 보고 있는데
어리석은 중생이 촛불 보시를 하다가
해탈의 대화를
우연히 아주 우연히
엿듣고 말았다
(시감상)
부처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씀하신 스님의 말씀을 듣는다. 아주 작은 것에도, 보잘것없는 곳에도, 사람 사는 곳에도, 무엇을 해도 미소를 짓고 있다. 종교 여부를 떠나 시인이 불꽃을 보고 부처를 느꼈다는 것은 불심 보다 먼저 부처가 된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는 어리석은 중생이다. 그것을 망각하고 살기에 어리석은 중생이다. 해탈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마음이 자비롭고 이타적이며 온유와 평화를 베고 잘 수 있다면 그것이 해탈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승불교든, 소승 불교든 귀만 기울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는 해탈의 대화. 삶과 종교는 하나일 것이다. 목적보다 중요한 것이 믿음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서봉교 프로필)
2006년 《조선문학》 등단. 시집 『계모 같은 마누라』『침을 허락하다』『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원주 문학상 수상, 원주문협 부지부장, 요선문학 발행인

서봉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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