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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위치 이야기 =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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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6회 작성일 25-04-05 22:17

본문

어느 스위치 이야기

=심재휘

 

 

    새집에 이사온 날부터 화장실 스위치는 급히 누르면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잘 다루어야 했다 그날 이후로 불빛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서두르는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스위치는 그 빠른 전기 앞에 서서 내게 빛을 줄 때와 안 줄 때를 구분했다 화투짝만한 마음의 어디를 누르면 되고 또 어디를 누르면 안 되는지 알지 못하고 많은 계절이 갔다

 


    문학동네시인선 228 심재휘 시집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 021p

    얼띤 드립 한 잔

    한쪽을 끄고 한쪽을 켰다. 아니 한쪽을 켜려고 한다. 전기는 순탄하게 들어와야 할 텐데, 물론 이에 대한 준비는 미비할지는 모르지만, 정성껏 다져야겠다. 화투장같이 또 세월은 흐를 것이다. 마지막이다. 한 장을 집고 까집어 내리듯 초점을 맞춰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화투는 멀리할 것이다. 가산 탕진이 아니라 가업을 세우듯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남은 판돈이다. 애끼고 불려 그간 헐었던 계절을 닦아야겠다. 분신미골粉身糜骨이라 했다. 화투짝만 한 마음 떡방석에다가 오지기 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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