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수리공 마이클 =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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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수리공 마이클
=심재휘
열쇠를 잃은 이들의 문을 열어주는 마이클
그가 하루에 여는 문의 수는 매일 다르지만
열지 못하는 문은 없지 기필코 열지
그 문의 유일하게 희망인 사람이 있어서
마이클은 유일한 사람이 되지
오늘은 날씨를 수리하느라 하늘을 오래 쳐다보는 마이클
바람을 맞으며 찾아온 한 사람에게
오늘은 기어이 멀리 가야 하는 그 사람에게
자물쇠 수리공도 열어줄 수 있는 문은 없어서
하늘 가득한 비구름을 오래 쳐다보는 마이클
미친 듯 덜 미친 듯
날씨는 늘 반복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것 같다가도 어느 정도는 정해진 길 위에 서 있으니까 한참 바라보거나 뭐라 지껄이거나 혹은 무시하거나다. 열쇠처럼 열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이야말로 마이클의 일이다. 마이 그리고 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사실 마이클이었고 언제나 마이클이지만 위축된 시장에서 마이클이란 자부심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아닐는지. 이제는 버려야 할 것은 버리자. 하나씩 다 줄이고 최소한의 햇빛 햇볕 햇반 그래 햇반이다. 뭐 그러면 단순하고 간결하다. 간혹 덤이라도 생기면 호프 한 잔이면 그간 스트레스는 줄지 않을까, 날씨, 날씨는 늘 온전하지가 못했다. 불안하다. 아니 불안 그 자체다. 이제는 대지의 상황도 읽을 줄만도 하지만 지구가 망하는 날까지 날씨는 제 멋대로일 것이다. 물론 날씨는 모른다. 제 역할이라 생각할 뿐 제 역할로 분명 다 한 것이니까, 언제나 맑았다가도 내려앉는 것도 있었으니 그러다 흠뻑 적시고 나면 또 좀 나아지거나 또 불안하거나 불안 그 자체로 돌아간다. 아니 불안이다. 삶은 늘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 오늘 날씨 참 지랄 맞다.
문학동네시인선 228 심재휘 시집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 0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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