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이새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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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020』
네모/ 이새닙
나는 그 속에 갇혀 있어
루빅스 큐브처럼 난해하고
안개 거느린 미로처럼 막막해
네모는
단절이야 오직 혼자
번역하면 종종 길을 잃어
한 줌 햇살에 숨어 있는 슬픔의 손길이
틈을 비집고 들어서네
꺾꽂이 된 파리한 햇살은 아래로 자라고
천근 슬픔은 들어 올릴 수가 없어
슬픔의 발이 뿌리를 내렸거든
나는 그 문을 열어버릴 용기도 없어
차갑거나 뜨거운 모서리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겹겹의 건조한 얼굴에 숨이 막히곤 해
내 손을 잡아줘
깊이 습득된 일상에서
하지만
내게서 빗겨 선
방치된 이 문
나비의 파닥이는 꿈 따위
빗장 지른 채
(시감상)
세상과 관계지어 살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을 때가 많다. 방안, 차 속, 내 속의 나, 내가 스스로 규정지은 선과 선의 경계, 문의 안쪽과 바깥. 모든 규격과 엄격한 규율과 법칙 속의 나로 나를 한정하고 산다. 과연 나는 갇혀 있는 것인지, 스스로 나를 가둔 것인지 이제는 동기조차 희미해질 나이. 이 네모의 밖으로 뛰쳐나갈 용기는 없는 것인지 자문하는 그때, 문득 가을이 왔다. 내 손을 잡아 줘. 혼자는 못 나가도 네가 잡아준다면 잠시 외출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을아.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새닙 프로필)
국제PEN한국본부, 시집(청회색 비낀 해질녘) 동인시집(오로라 보러가기)(풍경을 붙잡다) 외

이새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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